지난 글에서
나는 배움이 삶에 스며드는 순간들에 대해 썼다.
책을 덮고 나서도,
강의가 끝난 뒤에도
어디선가 계속 작동하는 배움에 대해.
그 글을 쓰고 나서
며칠을 조금 유심히 살아봤다.
그러자 깨달았다.
배움은 생각보다 거창한 장면에서 나타나지 않는다는 걸.
요즘 아침은
이전보다 조금 느리다.
서두르지 않으려 애쓰는 게 아니라,
급해질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해야 할 일을
한 번에 다 처리하지 않아도
구조는 무너지지 않는다.
건축에서
하중이 한 지점에 몰리지 않게
분산시키듯이.
업무 중간,
계획이 어긋나는 순간이 온다.
예전 같았으면
그 자체로 하루가 흔들렸을 텐데
요즘은 먼저 생각한다.
‘이건 수정하면 되는 문제일까?
아니면 받아들이면 되는 상황일까?’
이 질문 하나가
하루의 밀도를 바꾼다.
배움은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만들어준다.
퇴근길에
괜히 창밖을 오래 보게 된다.
하루를 평가하려 하지 않고,
그저 지나온 동선을 되짚는다.
오늘의 나는
너무 무리하지 않았는지,
필요 없는 벽을 세우진 않았는지!
공부를 하며 배운 건
더 많은 것을 쌓는 법이 아니라,
덜어내는 법이었다.
요즘의 배움은
나를 더 바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을 망치지 않도록
붙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하루가 무너지지 않게,
감정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나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지 않게.
그 정도의 역할이면
충분하다고 느낀다.
대단해지지 않아도
배우고 있을 수 있고,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이어갈 수 있다.
지난 글에서 말했던
‘스며드는 배움’은
이렇게 오늘의 하루를 지탱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나는
배운다는 말을
조금 다르게 이해한다.
무언가를 더 얻는 일이 아니라,
오늘을 조금 더 잘 견디는 힘.
그게
지금의 나에게 배움이 가진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