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할 때만 해도 나는 이 학과가 내 인생을 바꿔줄 줄 알았다.
‘건축공학’, 멋있지 않은가?
도시를 바꾸고, 공간을 설계하고, 누군가의 삶을 지탱해주는 집을 짓는 사람.
그게 내가 되고 싶었다.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달콤한 환상이었다.
아침 9시부터 구조역학, 재료역학, 철근 콘크리트보다 딱딱한 강의실.
밤새 도면을 그리고, 다시 지우고, 또 다시 고치는 밤들.
나는 점점 ‘살아가는 집’을 짓는 사람이 아니라 ‘죽어가는 나’를 감추는 벽돌을 쌓고 있었다.
자퇴했다.
부모님은 한동안 나와 말을 하지 않았다.
친구들은 “좀 쉬는 거지 뭐”라며 어색하게 위로했지만 나는 안다. 그 말 뒤에 붙은 침묵이 무슨 의미인지.
나는 실패자였다. 스스로 선택해 들어간 학과에서, 결국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도망친 사람.
그렇게 나는 건축공학과도, 꿈도, 나 자신도 내려놓은 채 사회로 나왔다.
그런데, 이상했다.
회사를 다니며 돈을 벌고, 회식을 하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그 반복 속에서
문득문득 ‘왜 나는 지금 이 공간에 갇혀 있지?’ 하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사실은 내가 살고 있는 이 사무실, 집, 길거리.
모든 게 ‘누군가가 설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나는 아직도 건축을 하고 싶었다.
단지, 그때는 감당할 준비가 안 되어 있었을 뿐.
그래서 다시 시작했다.
대학교로 돌아가진 않았다. 학점은행제라는 길을 택했다.
낯설고 두려웠지만, 이번엔 달랐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원해서 하는 공부였다.
건축공학이라는 단어를 다시 꺼내 들며, 나는 다시 나만의 집을 짓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는 그 설계 일지다.
도망쳤던 과거,
잊고 싶었던 실패,
그리고 다시 한 줄씩 그려나가는 미래.
나는 언젠간 집을 지을 것이다.
그 집은 물리적인 건축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 삶 그 자체이기도 하다.
나약하게 무너졌던 경험이 평탄작업이 되었고, 그 위에 다시 기초를 올리는 것이다.
혹시 당신도 무너진 채 앉아 있는 중이라면
꼭 기억해 줬으면 한다.
무너졌다고, 이게 끝은 아니다.
거기서부터 새로이 다시 지을 수 있다.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