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서 약 7시간을 달려, 캘리포니아 시에라 네바다 산맥 중심부에 위치한 요세미티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맑은 계곡을 따라 약 40분을 이동하며 우리나라의 지리산 계곡이 떠오를 만큼 청명한 풍경을 감상했다. 비가 오는 시기에는 계곡물이 더 풍부해진다고 한다.
매표소를 지나 협곡에 들어서자 양옆으로 펼쳐진 거대한 바위산들이 압도적인 느낌을 주었다. 하늘을 떠받치는 듯한 웅장한 바위들이 경이로웠다.
왼편에는 요세미티의 상징인 ‘엘 캐피틴’이 있었다. 군모를 쓴 듯한 모양 때문에 ‘해군 바위’라 불리기도 하는 이곳은 세계적인 암벽 등반 명소로, 북한산 인수봉과 비슷한 화강암이지만 훨씬 큰 규모로 압도감을 주었다. 오른쪽 절벽에서는 ‘면사포 폭포’가 보였고, 물줄기는 가뭄으로 약했으나 비가 오면 물안개가 신부의 면사포처럼 퍼진다고 한다.
요세미티 협곡
협곡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니 ‘하프 돔’이 나타났다. 산 전체가 반으로 갈라진 듯한 이곳은 요세미티의 또 다른 상징이다. 협곡의 그랜드세쿼이아숲과 수백 년 된 소나무 군락은 장관이었고, 곰 출몰 경고 표지판도 보였다. 공원 내 캠핑장과 호텔은 예약이 빠르게 마감되어 1년 전부터 미리 예약이 필요하다고 한다. 요세미티 빌리지에는 상점, 레스토랑, 숙박 시설, 박물관 등이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요세미티는 2~3일 정도 여유 있게 둘러보기에 좋지만, 우리는 시간 제약으로 약 1시간 정도 트레킹 후 돌아섰다.
요세미티 협곡은 약 100만 년 전 빙하 침식으로 형성된 거대한 화강암 절벽과 U자형 지형을 갖추고 있다. 차량 도로는 일방통행으로 구성되어 있어, 오른쪽 계곡 길로 진입하고 왼쪽 길로 돌아 나왔다. 요세미티 폭포도 차창 너머로 볼 수 있었는데, 차를 멈추지는 못했지만 이동하며 절경을 눈에 담았다.
엘 캐피틴(좌측)
‘엘 캐피틴’은 세계 최대 단일 암벽 중 하나로 경사가 거의 90도에 달해 최고의 암벽 등반지로 꼽힌다. 등반에는 보통 2일이 걸리고, 등반가들은 로프에 의지해 바위 위에서 식사와 잠을 해결한다. 비록 암벽 등반 현장까지는 가지 못했으나, 절벽에 매달린 등반가들이 개미처럼 작게 보였다. 오래 전 인수봉을 함께 올랐던 산악인들과 요세미티 방문 계획을 세웠지만 IMF 사태로 무산되었고, 오늘 직접 오르지 못했지만 절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회가 남달랐다.
협곡을 벗어나 해발 약 1,500미터 지점 ‘인스퍼레이션 포인트’에 도착하자 요세미티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마치 히말라야 고봉을 보는 듯한 장대한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이어 해발 약 1,800미터의 고봉을 넘어 내려오며 펼쳐진 수천 미터 낭떠러지는 아찔한 경관을 자아냈다. 버스는 험한 산길을 지그재그로 한 시간가량 내려왔고, 아내를 포함한 몇몇은 멀미로 고생했다.
험난한 산길을 빠져나오니 나무 한 그루 없는 넓은 평야가 펼쳐졌다. 캘리포니아 중부의 넓은 목장 지대가 이어지고, 농장 매매 광고판이 눈에 띄었다.
이 지역은 포도, 땅콩, 오렌지 농장이 넓게 펼쳐져 있다. 19세기 중반 금광이 발견되면서 골드러시로 붐볐던 곳이다. 금이 고갈된 후에는 사람들이 사막화된 땅을 농장으로 바꾸며 정착했고, 현재는 석유와 다양한 광물도 생산된다. 특히 와인 생산지로도 유명한 캘리포니아는 미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역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캘리포니아산 와인, 호두, 아몬드, 오렌지, 포도를 쉽게 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