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쉬께시에서 강고 뜨리, 하리드와르, 델리까지, 힌두의 숨결 속으로
히말라야의 품에서 시작된 여행은 결국 나를 비우고, 영감을 얻으려는 순례길이 되었다. 요가의 고장 리쉬께시에서 출발해 힌두교 4대 성지 중 하나인 강고 뜨리, 그리고 하리드와르를 거쳐 다시 델리로 돌아왔었다. ‘유명한 성지’ 방문은 나의 호기심에 의한 고생길이었다. 그래도 마음의
기쁨을 얻었다.
나의 현지 친구 Gaurab Majunda는 인도의 최상위 카스트(Caste) 계급인 브라만 출신이었다. 엘리트 교육을 받은 그였지만, 그의 꿈은 의외로 단순하고 깊었다.
“내 평생소원은 강고뜨리에서 기도하는 것입니다.”
그는 준비 끝에 그 소원을 이루었다. 기도 후 모든 일이 잘 풀렸다며 내게 자랑하곤 했었다. 그 말은 내 마음속에 묻혀 있다가, 이번 여행의 방향을 결정지었다.
리쉬께 시 야뜨라 버스터미널, 아침 9시, 나는 낡은 중형 로컬버스에 몸을 실었다. 창문은 떨어져 나갔고, 에어컨도 없었으며 안전벨트는 실종이었다. 그러나 현지인들과 함께 타는 이 버스야말로 진짜 여행의 시작이었다.
버스는 굽이굽이 산길을 오르며 절벽 비포장도로를 덜컹거렸다. 3시간쯤 지났을까, 버스가 갑자기 멈춰 섰다.
산사태가 일어났었다. 큰 산 모퉁이가 잘려나가 도로를 덮쳤다. 바로 앞 차량은 통과했지만, 우리 버스는 간발의 차로 발이 묶였다. 해발 3,000m 지점에서 우리는 도로를 덮은 낙석과 흙더미가 치워지길 기다려야 했다.
놀랍게도, 버스 기사도, 승객들도 모두 태연했다.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인도인들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에 익숙해 있었다. 그들의 평온함은 내게도 묘한 위안을 줬다. 결국 4시간 만에 복구가 완료되었고, 우리 차는 다시 시동을 걸었다.
다시 3시간을 더 달려 중간지점인 우타르까쉬(Uttarkashi) 마을에 도착했다. 30분간 쉬는 동안 따뜻한 짜이 한 잔과 비스킷, 바나나 한 뭉치로 점심을 때웠다.
차창 너머로 펼쳐지는 깎아지른 히말라야 절벽, 폭포, 빙하의 잔설, 그리고 바기라티 강의 시작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버스에 타고 내리는 현지주민들과의 살아가는 대화는 또 다른 여행의 재미였다.
도중에 옆자리에 앉은 20대 여성 '에리자베스'는
시골학교 영어교사로 부임 중이라 했었다. 강고 뜨리 성지를 찾아 소원을 빌면, 반드시 이루어진 다는
그녀의 설명이 진지했었다.
버스는 좁은 산길을 아슬아슬하게 곡예 운전하듯이 빠져나갔다. 도로변에는 집체만 한 빙하, 얼음
덩어리들이 햇빛에 반짝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리쉬께시에서 248km, 정상적이라면 12시간 거리였지만 산사태로 인해 16시간이 걸려 해발 3,140m, 힌두교의 성지 '강고 뜨리(Gangotri)'에 저녁 늦게 도착했다. 고산병인 두통이 심하여 숙소에 들어서자 바로 스러졌다.
다음 날 아침, 나는 게스트하우스 앞에 있는 현지 보건소를 찾았다. 그곳에서 고산병 예방을 위한 약을 받아 복용했었다. 지난밤 나를 괴롭혔던 두통은 한결 가라앉았다.
바기라티 강 주변의 성지를 둘러봤다.
강물은 거대한 회색빛 물줄기로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그것은 히말라야 빙하가 녹은 물, 갠지스강의 원류였다.
힌두인들은 이 강에 몸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죄를 씻고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강변에는 수많은 순례자들이 머리를 감고, 차가운 물을 끼얹으며 기도하고 있었다. 나도 이들과 같이 복을
비며 머리를 씻었다.
오래된 힌두사원에 들렀다. 형형색색 리본이 둘러진 사원, 꽃. 쌀등 제물을 올려놓고 사람들이 기도하고 있었다. 쌀쌀한 아침 공기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강물에 몸을 담갔다. 그리고
사원으로 가서 애절하게 소원을 빌었다.
나도 그곳에서 나와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조용히 빌었다.
강고뜨리에서 18km 떨어진 '거묵(Gaumukh)'은 해발 4,200m의 빙하 제대로 진짜 갠지스가 시작되는 원지점이다. 트레킹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너무나 가고 싶었지만 일정에 쫓겨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돌아오는 길, 나는 또 하나의 힌두 7대 성지 '하리드와르(Haridwar)'에 들렀다.
도시는 시장바닥처럼 붐볐다. 강변에는 온 가족이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고, 많은 이들이 강물에 몸을 담그며 조용히 두 손 모아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여기에는 종교도, 계급도 없었다. 그저 자연 앞에 선 인간들만이 존재했다. 각종 동물들도 인간들과 같이 섞였다.
나는 4일 만에 다시 델리로 돌아왔다.
이번 여정은 무척 힘들었고 고생이 많았다.
리쉬끼쉬에서는 고요와 영감, 강고뜨리에서 순수와 신성, 하리드와르에서 삶과 인간을 마주했었다. 나를 돌아보는 여행은 내 안을
채우는 고행이었다.
[여행 구간 요약]
이동수단, 주요 포인트
델리 → 리쉬께 시
시외버스 (6시간)
요가와 명상의 도시
리쉬께 시 → 강고 뜨리
로컬버스 (16시간)
갠지스 원류, 힌두 최고 성지
강고 뜨리 → 하리드와르
버스 (12시간)
기도와 일상의 조화
하리드와르 → 델리
버스 (5~6시간) 여정의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