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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 Young Nov 24. 2024

(17) 여행을 통해 깨닫는 새로운 시선

잊고 지낸 우리의 가치

 샌프란시스코는 한때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혔다. 기후, 산업, 경제 등 생활환경이 뛰어나고, 특히 1800년대 골드러시의 영향으로 번영했던 도시였기 때문이다. 이 도시의 이름만 들어도 번영과 발전의 상징으로 느껴졌고, 전 세계 여행객들에게도 매력적인 관광지로 알려져 있었다.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보던 그 도시의 이미지는 나에게 더 큰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도시 중 하나"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최근 여행을 통해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

샌프란시스코 주요도시 광경

 버스에 올라 도시를 향해 가는 길, 설렘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호텔로 향하는 버스 차창 밖으로 처음 마주한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은 기대와는 다른 풍경을 보여주었다. 오래된 건물들이 늘어선 거리는 낙후되어 보였고, 화려하거나 현대적인 느낌은 찾기 어려웠다. 도시를 둘러싼 언덕들은 푸르른 녹음을 자랑하기보다는 민둥산으로 남아 있어 어딘가 황량한 인상을 주었다.


 물론 도시 곳곳에서 과거의 영광을 엿볼 수 있는 흔적들이 보였다. 한때 번성했던 건축물이나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들은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빛은 세월의 무게 속에서 바래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가 지금까지도 세계적인 도시로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마주한 그 풍경은 한낱 기대에 못 미쳤다.


 특히 화장실 시설은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우리나라에서는 편리하고 위생적인 화장실이 일상적이지만, 이곳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실내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추위를 느꼈고, 온수 공급도 원활하지 않았다. 차가운 물로 손을 씻으며 낯선 환경에서의 불편함을 실감했다. 비대 같은 편리한 시설은 찾아볼 수 없었고, 청결 상태도 기대 이하였다. 그 순간만큼은 "우리나라 화장실은 정말 세계적 수준이구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해가 지고 도시가 어둠에 휩싸이자 분위기는 더욱 낯설어졌다. 거리에는 노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고, 시민들의 발길은 끊어져 있었다. 그 광경은 나에게 생소하면서도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안전한 느낌보다는 어딘가 으스스한 기운이 감돌았다. 이렇게 유명한 도시가 왜 이렇게까지 삭막하게 느껴질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또한, 물가는 생각보다 훨씬 비쌌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마다 가격표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물가는 이곳에서의 생활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었다. 단순히 여행객으로 머무르는 나도 부담을 느끼는데,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이자 선진국으로 알려진 미국의 한 도시에서 받은 첫인상은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그 실망감은 자연스레 우리나라와의 비교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훨씬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샌프란시스코를 걸으며 문득 "우리나라는 참 잘 사는 나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심을 둘러싼 푸른 녹지, 호텔처럼 깨끗하고 잘 관리된 공공 화장실, 정돈된 도시 미관까지, 우리나라가 가진 장점이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작지만 세심하게 잘 관리된 도시들이 많고, 사람들에게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외국에서 경험한 낯선 불편함은 우리나라의 장점을 새롭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한 후 "깨끗하고 아름다운 나라"라고 칭찬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사실은 많은 노력과 체계 속에서 이루어진 결과라는 점도 떠올랐다.


 첫 만남이 항상 긍정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실망에서 배움을 얻기도 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받은 첫인상은 기대와는 달랐지만, 그것은 우리나라의 소중함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 준 계기가 되었다. 이는 단순히 도시의 외관을 넘어 삶의 질, 안전,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경험이었다.


샌프란시스코와의 첫 만남은 내게 많은 질문을 남겼다. 왜 이렇게 낙후된 모습이 보이는가?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도시가 왜 그 빛을 잃어가고 있는가? 그러나 이러한 질문 속에서도, 나는 이 도시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력을 조금씩 발견하고 싶었다. 낯선 첫인상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뿐 아니라, 자신이 익숙하게 살아온 삶의 방식을 돌아보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경험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다. 이러한 배움이야말로 여행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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