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 역사를 마주하다
영화의 첫 장면에 이런 문구가 떠오른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짧지만 묵직한 이 문장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였다.
역사를 왜곡하려는 권력은 과거뿐 아니라 미래까지 장악하려 한다는 강력한 경고처럼 들렸다.
대한민국이 오늘 존재하기까지는 수많은 갈등과 피의 충돌이 있었다.
해방 직후 한반도는 총칼과 이념이 뒤엉킨 폭풍 속에 놓여 있었다.
[건국전쟁-2]는 이 혼란의 시대를 가감 없이 드러낸 작품이다.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기록들이다.
미처 마주하지 못했던 진실들이 스크린을 통해 생생히 펼쳐졌다.
나는 충격과 동시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이 영화는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반드시 한 번은 마주해야 할 역사적 기록물이다.
영화는 특히 6·25 전쟁 이전에도 이미 우리 민족끼리 또 하나의 ‘피의 전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바로 제주 4·3 사건과 여수·순천 반란이다.
역사 교과서에서 몇 줄로만 배우고 지나갔으나, 그 사건들 속에는 훨씬 더 복잡하고 처절한 비극이 숨어 있었다.
제주 4·3 사건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었다.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위한 총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좌익. 공산세력이 일으킨 대규모 봉기였다.
이들은 군. 경찰은 물론, 무고한 주민들까지 무참하게 살해했다.
여수·순천 반란은 그 연장선에 있는 또 하나의 폭동이었다.
제주 4.3사건 진압 명령을 받은 군부대 내부에 침투해 있던 남로당 세력이 지휘관을 살해하고 지역 군경과 주민을 공격하며 벌어진 참상이었다.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모든 내용을 단순한 주장이나 해석에 기대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 정부 공식 문서, 남겨진 정부·군 기록,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제작된 다큐멘터리였다. 감독의 오랜 집념이 느껴졌다. 그 노력에 감사함마저 들었다.
동서대 브라이언 마이어스 교수 등 실제 역사를 연구하는 전문가들, 그리고 제주도민들의 증언은 영화의 객관성과 현장감을 더욱 높여주었다.
특히 마이어스 교수는 오늘날 역사왜곡의 책임 중 일부가 보수층에도 있다고 지적한다.
좌파 세력의 왜곡에 점점 양보하며 사실을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해방 직후 여론조사에서 남한 주민의 공산주의 지지율이 74%에 달했다는 사실이었다.
민주주의 지지는 겨우 14%.
이 땅이 공산화될 가능성은 현실 그 자체였다.
그 위기 속에서 지도자들의 결단과 외교력이
있었다. 그리고 자유를 지키려 한 수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이 다시금 마음을 울렸다.
또한, 영화는 박진경 대령에 대한 ‘악마화’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았다는 점을 자료로 분명히 짚어낸다.
오랜 세월 뒤틀린 해석과 왜곡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마음이 먹먹해졌다.
안타까웠던 점은 관객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어제 낮, 극장을 찾았을 때 관람객은 나와 지인 단 두 명뿐이었다.
극우 영화라는 이유로 상영 시간이 제한되고, 홍보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역사 앞에서 얼마나 무관심한지 보여주는 듯해 마음이 쓰렸다.
"영화는 화려하지 않지만 깊었다." 이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린다.다큐의 진실이 가진 무게는 압도적이다.
우리는 종종 4·3 사건을 정치적 논쟁의 대상으로만 바라본다.
그러나 이 영화는 사건의 본질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제주 4·3 유족회가 제기했던 거짓위패 철거문제, 그리고 당시 제주지사의 거부로 바로잡지 못했던 사례까지 짚었다. 그동안 왜곡되거나 묻혀 온 진실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역사를 잊은 국민은 미래를 잃는다.
우리 민족이 어떤 선택을 통해 오늘에 이르렀는지,
그 과정에 어떤 피와 희생이 있었는지를 잊는 순간
우리는 언제든 잘못된 길을 선택할 수 있다.
[건국전쟁 2]는 대한민국 건국의 진실을 바로 세우는 소중한 역사서다.
정치인·교육자·학계·학생은 물론,
역사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이 반드시 보아야 할 작품이다.
과거를 직시하는 일은 곧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