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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 Young Oct 27. 2024

(06)색으로 물든 축제

인도에서 만난 삶의 축복

 인도는 '축제의 나라'라는 별칭이 전혀 과장이 아닐 만큼, 그곳의 일상은 다양한 축제들로 물들어 있다. 인도의 축제는 종교, 지역, 문화에 따라 각기 다르게 열리며, 수십 개의 축제가 사시사철 이어진다.

그중에서도 힌두교의 3대 축제인 디왈리, 홀리, 두세라가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무슬림의 이슬람 축제인 이드 알피트르, 불교의 붓다 푸르니마, 시크교의 바사키 등 각 종교마다의 축제들이 그 땅의 다채로움을 더한다.

 이러한 축제들은 특정 종교에 국한되지 않고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며, 인도의 공동체 정신을 한껏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몇 해 전, 출장차 인도를 방문했던 나는 이 다채로운 축제를 직접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내가 머물렀던 곳은 뉴델리의 '빠하르간지'라는 여행자 거리로 유명한 지역이었고, 마침 내 방문 시기와 겹친 것은 인도의 대표적인 축제 중 하나인 홀리 물감 축제였다.

 처음에는 그저 일상적인 하루일 거라 생각하며 숙소에서 나섰는데, 거리에서 맞닥뜨린 광경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형형색색의 물감을 뒤집어쓴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온몸을 물감으로 물들이며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거리는 마치 거대한 캔버스 같았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손에 물감 통과 물총을 들고, 웃음과 환호 속에서 서로에게 물감을 뿌렸다. 길가를 어슬렁거리는 소들조차 물감의 세례를 피해 가지 못했고, 온 사방이 물감으로 뒤덮여 있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물감 공격에 당황했지만, 곧이어 밀려오는 즐거운 분위기에 휩싸여 나 역시 물감을 맞으며 홀리 축제의 일원이 되었다. 새로 산 양복과 와이셔츠가 물감으로 흠뻑 젖어버려, 다음 일정에서 입을 정장이 없어 걱정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3월, 힌두력의 새해를 맞아 열리는 홀리 물감 축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거리로 나와 서로에게 물감을 뿌리며 축복을 나누는 행사이다. 이 축제는 힌두교 신화에서 악마 홀리카가 불 속에서 타 죽은 후 선이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데서 유래한다.

 물감을 뿌리는 행위는 서로의 복을 빌어주고 악을 물리친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인도 전역의 거리는 무지갯빛으로 물들며, 축제의 열기로 들썩인다. 모든 이가 평등한 참여자로서 물감을 나누고, 폭죽을 터뜨리며 함께 기쁨을 나눈다.

 축제의 진정한 매력은 그 순간만큼은 계층의 구분 없이 모두가 하나가 된다는 점이다. 거리의 거지나 노숙자들도 이 시기만큼은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기쁨을 나누며, 축제의 일원이 된다. 낯선 땅에서 만난 이들은 축제의 주체이자 함께 즐기는 동반자로서,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한데 어우러져 웃고 떠든다. 그것이 홀리가 가진 마법 같은 힘인지도 모른다.

 낯선 여행자였던 나 역시 축제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졌다. 내게 물감을 뿌리며 환호하던 인도 사람들의 얼굴에는 따뜻한 환대와 함께 기쁨이 묻어나 있었다. 어쩌면 나는 그들의 방식으로 축복을 받은 셈일지도 모른다. 예상치 못한 물감 세례에 당황했던 순간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추억이 되었다.

 축제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웃으며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것. 인도의 축제에서 느낀 따뜻한 기억은 내게 또 다른 여행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었다.

축제의 장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 낯선 이방인에게도 아낌없이 물감을 뿌리며 축복을 나누던 그들의 미소. 인도의 축제는 그들에게 신성한 의식인 동시에 삶의 축복을 나누는 일상의 연장선이었다. 그들은 축제를 통해 복을 기원하고, 서로의 삶을 긍정하며, 각자의 차이를 존중했다.

 축제가 끝난 뒤, 물감이 묻은 옷을 세탁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삶이라는 축제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색을 지닌 물감을 가지고 있다. 서로의 색을 물들이고, 웃고 떠들며 함께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축제의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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