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둑 맞고 죄짓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이 주위 사람을 의심하면서 불필요한 죄를 짓는다는 의미다. 나는 이 속담의 깊은 교훈을 실감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것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었고, 평생 나를 따라다닐 후회를 남긴 일이었다.
그 사건은 인도 델리에서 잠시 생활하던 시절에 벌어졌다. 낯선 환경에서 우리는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으며 적응해야 했다. 당시 이웃의 추천으로 한 젊은 인도인을 청소 도우미로 채용했다. 그녀는 첫인상부터 상냥하고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며 일을 꼼꼼히 해냈다. 하지만 그녀가 일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되었을 무렵, 내게는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어느 날, 화장대 위에 항상 놓여 있던 18K 네 타이핀과 커프스버튼이 사라진 것이다. 이 물건은 단순히 값비싼 장신구가 아니었다. 내게는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으로, 선물 받은 순간부터 늘 아껴 사용해 왔다. 물건이 없어진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 나는 당혹감과 분노로 가득 찼다. 집 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물건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만이 떠올랐다. ‘누군가 훔쳐간 것이 분명하다.’ 집에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을 떠올려 보았을 때, 유일한 용의자는 새로 고용한 도우미뿐이었다. 그녀는 사건이 발생한 날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평소 그녀가 몸에 많은 장신구를 착용하고 다니는 모습도 의심을 부추겼다. 나는 점차 그녀가 범인일 것이라는 확신을 굳혔다.
다음 날 아침, 그녀가 출근하자마자 나는 화가 나서 그녀를 붙잡고 물건을 내놓으라고 다그쳤다. 그녀는 당황한 얼굴로 억울하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확신하며 물건을 되돌려달라고 윽박질렀다. 결국 나는 그녀를 차에 태워 집으로 데려가 물건을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모든 것을 용서할 테니 제발 물건만 돌려달라"라고 읍소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 순간 그녀는 차에서 뛰쳐나가 버렸다. 나는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이후 그녀는 다시는 우리 집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미 일한 일주일치 급여도 받지 않고 떠난 그녀를 보며, 나는 도둑이 물건을 훔친 뒤 도망쳤다고 확신했다.
그녀를 소개해 준 이웃 주민에게 이 일을 이야기했지만, 이웃은 그녀를 옹호하며 "그 아이는 절대 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웃마저 공범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 후로 주변에서 일하는 다른 도우미들까지도 모두 도둑처럼 보였다. 내 마음속에는 경계심과 의심이 자리 잡았고,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사건이 벌어진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나는 우연히 화장대 서랍 깊숙한 곳에서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네 타이핀과 커프스버튼을 발견했다. 그 순간 나는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내가 저지른 일이 얼마나 경솔했는지, 그리고 그녀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남겼는지 깨닫게 되었다.
나는 그녀를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했다. 두 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돈을 억지로 쥐여주며 용서를 구했지만, 그녀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는 깊은 상처가 남아 있는 듯 보였다. 나는 아무리 사과해도 내 행동이 남긴 흔적을 지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사건은 내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교훈을 남겼다. 나는 단순히 물건을 잃어버렸다는 이유만으로 한 사람을 함부로 의심하고, 그녀의 자존심을 짓밟았다. 그녀에게 준 상처는 나의 사과로 회복될 수 없었고, 그 죄책감은 내 마음에 영원히 남아 있다.
오늘날에도 나는 그 사건을 떠올릴 때마다 후회의 무게를 느낀다. 엘리자베스라는 그녀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나의 경솔함이 초래한 결과와 그로 인해 남긴 상처를 떠올린다. 나는 이제 누군가를 의심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며, 나의 말과 행동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한다.
이번 경험은 내게 사람을 신뢰하는 것의 중요성과 의심이 얼마나 쉽게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었다. 우리는 타인에 대해 의심을 품기 전에, 그들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헤아려야 한다. 나의 작은 경솔함이 남긴 상처는 단순한 오해로 끝나지 않았고, 나에게 평생의 교훈이 되었다.
나는 지금도 엘리자베스의 이름을 기억하며, 그녀에게 준 상처를 마음속에 새기고 있다. 그녀는 내 삶에서 짧은 시간 동안 스쳐 간 사람이었지만,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은 나에게 신뢰와 경솔함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남긴 동시에,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는 교훈을 안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