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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내 생애 최고의 선물 장손

이로운 일을 널리 알리며 빛나는 삶을 살라

by 영 Young

2019년 6월 2일, 아침 8시 38분. 그날은 내 인생에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특별한 날이다. 바로 우리 가문을 이어갈 첫 손자가 태어난 날이기 때문이다. 떡두꺼비 같은 아이, 그 이름도 귀한 7대 장손이자 조상 제사를 모실 소중한 보물이 세상에 왔다. 만약 돌아가신 부모님께서 살아 계셨다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손자는 예정일보다 13일이나 빨리 강남의 학동병원에서 세상의 빛을 보았다. 자연분만이 어려운 상황이라, 이름난 스님께 부탁해 좋은 날과 시간을 받아놓았지만, 뭐가 그리 급했는지 예정일보다 이틀이나 앞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분만실에서 보내온 핏덩이 손자의 사진을 보고, 나는 손발이 다 있는지 확인하며 한없이 안도했다. 병원으로 매일 손자를 보러 가는 길은 마치 축복의 길 같았다. 그 작고 연약한 생명을 품에 안을 때마다 세상의 모든 행복이 내게 온 듯했다.


"이놈,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네가 원하는 무엇이든 다 해줄게!" 이렇게 다짐하며 손자에게 어울릴 좋은 이름을 짓기로 했다. 가문의 전통에 따라 이름에 돌림자인 "무(戊)" 자를 넣어야 했지만, 가족들과 상의 끝에 현대적인 작명소에서 사주에 맞는 이름을 받았다. 그중에서 투표로 선택된 이름이 바로 양채민(楊采旻). ‘이로운 일을 널리 알리며 빛나는 삶을 살라’는 뜻이다. 이 이름처럼 손자가 훌륭한 인물로 성장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손자와 함께한 행복한 한 달


손자가 태어난 지 한 달. 그의 맑은 눈망울과 해맑은 미소는 하루하루 내게 새로운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매일 아들네 집에 가서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손자를 돌보는 임무를 맡았다. 우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고, 재우는 반복적인 일상이었지만, 손자의 방긋 웃는 미소, 울음소리는 그 어떤 시름도 잊게 했다.


아기는 배가 고프면 서럽게 울었다. 젖병을 보기 전까지 참지 못하고 자기 손이나 이불 끝을 물어뜯는 모습은 천진난만 그 자체였다. 분유를 먹는 모습은 마치 폭풍을 만난 배가 항구로 들어오는 것처럼 열정적이었다. 기저귀를 갈 때조차 이 아이가 사랑스럽지 않을 순간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면 금세 손자가 보고 싶어지고, 찍어둔 동영상을 돌려보며 미소 짓곤 했다.


점점 오뚝해지는 코, 통통해지는 볼,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자. 그는 날마다 더 예뻐졌다. 손자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언어 같았다. 불편할 때는 몸을 뒤틀고, 칭얼거릴 때는 안아달라는 신호였다. 배가 부르고 기분이 좋을 때는 팔다리를 허공에 휘저으며 환하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매일 더 깊은 애정을 느꼈다.


손자에게 전하는 가문의 이야기


손자에게 가문의 역사를 들려주는 것은 내게 하나의 의무처럼 느껴졌다. 우리 가문은 대구 지산동에서 대대로 살아온 집안으로, 조상들은 정직하고 베푸는 삶을 중시하며 살아왔다. 너의 6대조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하와이에서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며 조국을 위해 헌신하셨다. 증조할아버지는 한학자로서 지역 사회의 존경을 받았고, 증조할머니는 대농을 일구며 가족을 위해 헌신하셨다. 우리 집안의 가훈은 "유지자 사경성(有志者 事景成)", 뜻이 있으면 반드시 이룬다.


채민아, 이 가훈처럼 큰 뜻을 품고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이뤄라. 너의 할아버지처럼, 조상들처럼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되,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말아라. 조국이 있어야 너도 있고, 가족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출산율과 손자에게 보내는 희망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충격적일 정도로 낮아졌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온 가족이 힘을 쏟아야 할 만큼 어려운 환경이지만, 이 또한 우리가 함께 극복해야 할 문제다. 손자 하나를 돌보며 느낀 것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큰 사랑과 희생을 요구하는 일인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그 희생은 고스란히 행복으로 돌아온다. 채민아, 너는 우리 집안의 보물이자, 우리 가문의 미래다. 네가 건강하게 자라며 온 세상에 선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할아버지는 늘 너를 응원하고, 네 곁에서 너를 지킬 것이다.


양채민, 아자 아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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