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와 화합의 가치
석촌호수 벚꽃축제에는 해마다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든다. 봄이 무르익는 시기, 호수 주변은 연분홍빛 벚꽃으로 가득 물들고,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와 사연을 안고 이곳을 찾는다. 동남아시아 각국에서 온 가족들은 셀카봉을 들고 연신 감동을 담는다.
아프리카, 베트남, 인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청년들은 낯선 언어로 분주히 이야기를 나누고, 마주치는 사람들과 자연스레 미소를 주고받는다. 따뜻한 봄 햇살 아래, 호수는 잔잔히 반짝이고, 벚꽃은 활짝 핀 꽃망울로 사람들을 반긴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흩날리는 꽃잎은 눈송이처럼 허공을 떠돌다 사람들의 어깨와 머리 위로 고요히 내려앉는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123층 롯데월드타워는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유리창은 태양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난다. 만개한 벚꽃길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이고, 곳곳에서는 거리 공연과 버스킹이 열려 발걸음을 사로잡는다.
캐나다에서 두 돌 된 아기와 함께 온 젊은 커플은 감탄을 연발하며 기념사진을 남긴다. 세 번째 방문이라는 그들은 “이 축제는 언제 와도 새롭고 감동적이에요. 내년에도 꼭 다시 오고 싶어요”라며 벚꽃의 매력에 흠뻑 빠진 듯하다.
젊은 여성들은 초미니 스커트에 선글라스를 매치해 봄을 만끽하고, 중국에서 온 한 여성은 “성형 수술을 위해 한국에 왔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벚꽃까지 함께 보게 되어 너무 행복해요”라고 웃으며 말한다. 60~70대 노부부는 휴대전화를 들고 어색한 셀카를 찍으며 웃음을 터뜨리고, 백발의 노신사들은 천천히 걸으며 삶의 이야기를 나눈다.
검은 안경에 멋진 모자 쓴 중년 여성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모들, 뒤뚱거리며 걷는 아기의 손을 꼭 잡은 외국인 가족, 명품 바바리코트를 휘날리는 중년 여성들, 삼각대를 세우고 지나는 관광객을 인터뷰하는 유튜버, 광고 촬영 중인 모델들까지. 정말 다양한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호숫가 전망 좋은 야외 카페에서는 백인, 동남아인, 젊은 커플, 중장년층이 호수를 마주 보며 커피와 음료를 즐긴다. 둘레길을 걷다 지친 사람들은 공연장 옆 테크 벤치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여유를 찾고, 단체 관광객을 이끄는 가이드들의 깃발은 이곳저곳에서 펄럭인다.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인파는 마치 하나의 거대한 카드섹션처럼, 움직이는 예술작품을 만들어낸다.
이곳에서는 피부색도, 언어도, 문화도 모두 다르지만, 그 다름은 이질감이 아닌 조화로 이어진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 그리고 축제를 함께 즐기고자 하는 마음이 사람들 사이를 따뜻하게 연결한다.
석촌호수 벚꽃축제는 단순한 봄맞이 행사가 아니다. 전 세계에서 모인 ‘다른 사람들’이 같은 순간을 함께하며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서 하나가 되는 특별한 공간이다. 이처럼 모두가 평화롭게 어우러지는 이 축제처럼, 우리의 세상도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