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라는 명칭은 영어의 'Reporter'를 의역한 것으로 그 어원은 '짐꾼(porter)'이다. 기자는 짐(사실)을 수취인(독자)에게 전달해주는 사람이라는 단순한 개념에서 붙여진 명칭이다. 그런데 짐을 그냥 전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포장을 다시 해서(re~) 전달해주는 짐꾼(porter)이라는 의미에서 'Reporter'라는 명칭을 붙였다.
기자는 취재는 물론이거니와 기사를 요령있게 잘 써야 인정을 받는다.
기사를 요령있게 잘 쓰는데는 특별한 요령이 있는 것이 아니고 몇 가지 원칙을 지키기만 하면 된다. 꼭 글을 멋있게 잘 쓰는 문필가여야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기자는 짐꾼
어쨋든 기자는 취재를 열심히 해서(fact), 기사를 잘 써야(report) 한다. 기자의 본분은 취재와 기사작성인 것이다.그런데 사실 그런 기자가 많지 않다. 글은 어느 정도 쓰는데 취재는 매우 서툴러서 동료의 눈치만 살피는 기자가 있는가 하면, 이것저것 얻어들어 취재는 잘 하는데 기사를 잘 쓰지 못해 기시작성을 동료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예전에는 많았다.
기자교육도, 훈련도 받지 못한 사람이 기자랍시고 으시대던 시대가 있었던 것이다. 앞에서 '기사를 쓰지 않는 기자는 최고의 직업'이라고 비꼰 바 있지만 기사를 쓰지 못하는 '건달 기자'도 흔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건달 기자'가 '진짜 기자(건달기자의 반대개념)' 보다 더 이름을 떨치고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필자가 경상도 남쪽 끝에 위치한 중소도시의 기업체를 방문했을 때 있었던 일이다. 꽤 우수한 제품의 국산화에 성공, 수출에 열을 올리던 중소기업이었다. 취재를 끝내고 차를 나누는 자리에서 고생한 티외 선량끼를 얼굴에 그대로 찍어놓은 사장이 대뜸
"기자님은 전혀 기자 같지 않아요~."
라며 말을 건넸다.
".....?"
정통 기자라는 자부심에 차있는 기자에게 대놓고 기자 같지 않다니 혹 실수한 것이라도 있는가 해서 일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기자와는 달라요. 점잖고 예의도 바르고 현장기술에 대한 이해도 빠르고..."
"아~, 예~~. 그런데 기자 같지 않다고 말씀하십니까?
"오해하지 마십시요. 여기 찾아오는 기자들은 여간 사나운게 아닙니디. 우선 말투가 거칠어서 무섭습니다. 그리고 엉뚱한 꼬투리를 잡아서 협박합니다.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광고비조로 돈을 주면서 달랩니다. 사흘이 멀다하고 찾아와요. 여기 신문사가 몇 개 되는데 돌아가면서 찾아옵니다. 휴~우~."
"어려운 사정 짐작이 갑니다. 좁은 바닥이라 얼굴을 다 아는 처지이니까 어느정도는 감내하셔야지요. 그러나 협박은 받아주시면 안됩니다. 그 사람들 기사로 터뜨린다 어쩐다 하는데 절대 기사 못씁니다. 써도 본사에서 실어주지도 않습니다."
라며 위로해주었다.
기사 못 쓰는 기자
그렇다. 소위 사이비 기자는 말이 거칠다. 좀처럼 경어를 쓰지않고 반말로 대거리를 한다. 그러한 특징외에도 몇가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점들이 있다. 복장이 요란스럽고 색깔도 화려하다. 자세 또한 매우 거칠고 거들먹거린다. 소파나 의자에 앉는 대신 엉덩이를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누구에겐가 자꾸 전화를 건다. '나 여기에 있으니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 는 등의 통화를 한다. 그리곤 '점심은 맛있는 것 좀 먹고싶다' 는 등 무례한 행동을 한다. 이 가운데 한가지라도 해당한다면 그는 가짜기자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가짜들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이다. 두렵다기보다는 꺼려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결코 두려웟하거나 꺼릴 필요가 없다. 기자에겐 취재권과 기술권이 있을 뿐 조사권 등의 형사형벌권은 없기 때문이다. 당당하고 떳떳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대하면 그만이다.
취재를 통해 좀 허물 없어지면 납득할 수없는 청탁을 받는 경우가 있다. 기자직을 무소불위한 직업으로 잘못 여기는 행태다. 가짜기자가 아니고 진짜기자라면 결코 청탁을 들어주는 일은 없다. 그 청탁에 휩쓸리면 그 순간부터 그는 기자가 아니란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기자는 수습훈련을 받을 때부터 '기사로는 미움을 받아도 사람으로서는 미움을 받지 말라'는 경구를 귀따갑게 들으며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