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양통신 11

by 김치호

죽순 캐고 더덕 씨 뿌리고


6월이 가까워지니 풀 자라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귀촌 생활의 성패는 풀과의 전쟁에 달려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풀 관리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요구합니다. 제초제를 뿌리지 않는 한, 손으로 뽑거나 낫이나 예초기로 베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을 수가 없으니 더 그렇겠지요.


오늘 처음으로 예초기로 풀을 벴습니다. 예초기 사용 방법에 대해서는 예초기 살 때 이것저것 들었으나 그때뿐, 막상 해보려니 시동 거는 것조차 여의치 않았고요. 엔진 강약을 조절하는 것은 물론이고 날과 지면 사이의 적당한 간격 유지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었습니다. 예초기를 조작하는 손놀림과 몸자세가 불안 불안하여 내가 보기에도 영 미덥지 않았지만, 어쨌거나 풀은 베야하니....,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날을 하나 망가뜨린 뒤에야 매실밭과 대봉감나무 주변 풀을 얼치기로나마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생전 처음으로 예초기로 풀을 베었으니.... 분명 큰 진전이었습니다.


날자 뒷자리가 2, 7인 날은 하동장이 서는 날입니다. 딱히 살 것이 없어도 장 구경도 할 겸 종종 장 나들이 가곤 합니다. 이 무렵이 고구마 줄기 모종 심을 때라 27일 장날 고구마 줄기묶음 단 하나를 사 왔습니다. 가지 고추 토마토 등 다른 모종도 샀고요. 마침 새벽에 한차례 비가 왔으니 자리 잡고 뿌리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며 정성을 다해 심었습니다.


그 기대와는 달리 다음 날부터 햇볕이 쨍쨍 나 계속 물뿌리개로 물을 주고 있습니다. 고추 고구마 한 포기 살리고 키우기가 이렇게 힘이 듭니다.


한편으로 더덕 씨를 땅의 경계선을 따라 이곳저곳에 뿌렸습니다. 발아율이 그다지 높지 않다고 해서 넉넉하게 한 홉 정도 뿌렸는데요. 1% 아니 0.1%만 싹을 틔워 자라준대도 수백 뿌리가 될 터이니, 그것만으로도 넘치는 양일 것입니다.


어제는 계곡 건너편 대밭에 가서 죽순을 캤습니다. 하루 이틀 전에 누가, 아마도 멧돼지가 훑고 지나간 듯했지만, 그 녀석들이 손대지 않은 것이 얼마간 남아 있어 한 자루쯤 캘 수 있었습니다. 죽순은 식탁에 오르기까지 손이 많이 갑니다. 가마솥에 두어 시간 푹 삶은 뒤 아린 맛을 없애기 위해 껍질을 벗기고 찬물에 하룻밤 담가 우려내야 하거든요.


그렇듯 어느 것 하나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 것이 자연의 문임을 깨닫습니다. 그 깨달음이 하나씩 쌓이고 체화(體化)될 때 우리는 한걸음 더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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