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양통신 12

by 김치호

집의 사용승인(준공)이 떨어졌습니다


찻잎 따고 텃밭 가꾸는 사이에 5월은 어느새 가버렸고 이제 6월이 가고 있습니다.


그 덧없는 시간 속에서도 자연은 무심한 듯 유심하여 생명을 품고 키워내는 일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습니다. 작물이 나고 자라는 생장(生長)의 질서 또한 그러하여, 4월 초에 씨 넣었던 옥수수가 꽃대를 피워 올리고 5월 말에 줄기를 잘라 꽂은 고구마 모종에서도 새 잎과 줄기가 돋아나기 시작합니다.


6월 초순에는 집 앞의 매실밭에서 매실을 따 청(淸)을 담았습니다. 그동안 관리되지 않아 야생으로 돌아간 매실밭의 매실은 씨알이 자잘할 수밖에 없지요. 장아찌 담는 일은 씨 발라내는 게 너무 번거로울 것 같아 진작에 포기했고, 대신 향이 진하고 좋으니 청이나 넉넉히 담아보자는 생각이었는데 마침내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매실 60kg에 태국산 유기농 비정제 설탕을 1.2:1 비율로 섞어 넣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버무려 담았습니다. 제법 넉넉한 분량이니 이곳에 오는 지인들과 나누기에 그다지 부족하지 않을 듯싶습니다.


장마가 늦어지면서 텃밭의 고구마는 열심히 물을 주는데도 쏟아지는 뜨거운 햇살을 이기지 못해 많은 녀석들이 말라죽었고 그 빈자리가 자꾸 눈에 밟혔습니다. 보식할 날을 챙겨보다가 마침 비가 예보된 날이 구례장날이어서 이때다 하고 줄기 모종을 사다 죽은 자리에 채워 심고 좀 남길래 한 골을 더 만들어 심었습니다.


조금은 한가한 듯싶었던 6월이 매실 따 청 담그고 텃밭 작물에 물 주다 보니 어느덧 월말입니다.


그렇게 지나간 나날을 되돌아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곳 생활을 하면서 생긴 한 가지 큰 변화는 날짜와 요일에 둔감해지는 반면 낮밤의 길이와 날씨를 챙겨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점입니다. 때늦은 장마가 올라오고 있다는 소릴 듣고서야 비로소 여름의 중심인 6월 하순에 와 있음을 깨닫는 것도 그렇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기 마련일까요. 이제 끝나나 저제 끝나나 하고 속 끓이며 애태우던 집 공사가 마무리되어 준공(사용허가) 절차를 밟기 시작한 지 여러 날이 되었는데, 드디어 집의 사용승인(준공)이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10월 초에 공사가 시작되었으니 9개월의 장정(?)이 비로소 끝난 것입니다. 때마침 택배로 배달된 동래산성막걸리로 자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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