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봉감 묘목 50주를 심었습니다
춘분이 앞으로 일주일 남짓, 이곳 악양은 하루가 다르게 봄기운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아직은 산 쪽에서 내려오는 새벽녘 냉기가 만만찮지만 그 냉기를 마다지 않고 초목은 이곳저곳에서 부지런히 싹을 틔웁니다. 서릿발 사이로 채 녹지 않은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그 모습에서 생명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집니다.
땅기운과 태양 에너지가 만들어내는 생명의 순환질서는 아름답고 경이롭습니다. 초목이 나고 자라는 그 경이로움을 조금 더 가까이서 몸으로 느껴보고 싶어 했던 로망 때문일까요, 이곳에 귀촌하면서 일차적으로 계획했던 것은 땀 흘리며 작물을 가꾸는 일이었습니다. 텃밭은 기본이고 과실수를 키워보는 것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과실수는 작은 자투리 땅이라도 있으면 땅 크기에 맞게 한두 그루씩 심을 수 있으니 자유도가 높은 생명 키우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집 옆으로 계곡을 끼고 돌과 바위, 칡덩굴로 뒤덮인 얼마간의 황무지가 있습니다. 집 짓고 남은 자투리 땅을 포함해서 그 거친 땅을 어떻게 해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해온 지는 제법 되었습니다. 게으른 촌부에겐 그냥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일 테고, 그나마 야생화 꽃씨라도 뿌리는 것은 차선일 거라는 생각도 했었고요.
여러 생각 끝에 귀촌하면서 해보고 싶어 했던 과실수 가꾸어보는 방안이 떠올랐고, 마침내 악양의 명산품 대봉감 묘목을 심는 것으로 귀착됩니다. 대봉감나무가 가지치기나 방제 작업 등 관리가 비교적 수월한 점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었지만, 유년 시절의 감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며 늦가을 집 주변을 주홍색 대봉감으로 물들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은 구체화되었지만, 집 짓고 난 뒤 한 동안은 뒷정리하느라 바쁘기도 했고, 또 그 무렵은 묘목 심는 철이 아니어서 그 일은 저만치 밀쳐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연말 즈음, 주변과 뒷정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드디어 묘목 심는 일에 눈을 돌리게 됩니다.
남녘의 과수 묘목심기는 잎이 지고 난 11월 중순부터 시작되어, 1월 혹한기는 피하고, 3월 중하순에 끝납니다. 식목일이 있는 4월 초까지도 심지만, 그때는 좀 늦다고들 하지요. 시기적으로 지난해 11월 말이나 12월 초순에 심었으면 좋았겠지만, 여의치 않아 해를 넘겨 올 2월 중에 심을 생각으로 연초에 장비를 불러 돌과 바위를 치우고 칡덩굴을 걷어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대략 3.5m~4.0m 간격으로 심을 구덩이를 팠고요. 구덩이 간격을 더 넓게 하라는 사람도 있었고 더 좁히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심은 묘목이 다 살아 성목이 된다고 하면 최소 간격이 5m는 되어야 하지만, 그전에 죽을 수도 있고 또 성목이 되기까지 20년 가까이 걸리니 그때 가서 너무 좁은 듯싶으면 얼마간 베어내도 된다는 의견에 공감했습니다.
지난주에 대봉감 묘목 50주를 심었습니다. 빈 땅이 좀 남아 오늘은 자두 살구 체리 등을 2~3주씩 추가로 심었고, 피칸과 호두도 3주, 5주 심었습니다.
묘목들이 낯선 환경에 편하게 적응하도록 뿌리를 펴주고 물도 넉넉히 주는 등 나름 정성을 다했으니 이제부터는 땅과 하늘의 보살핌을 간구할 따름입니다. 그 마음이 하늘에 닿았는지 저녁 기상뉴스에 내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떴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