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양통신 17

by 김치호

이 집에는 창이 많습니다


악양에 집 지었다니까 주변에서 이것저것 물어오는 이들이 제법 있습니다. 견학(?) 차 들리는 분들도 있고요.


어떤 용도의 집이든 공간구조의 아름다움과 편안함은 건축의 핵심 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공간으로서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살림집은 특히 더 그렇겠지요. 문제는 그 가치 기준이 주관적인 데다 그 관점의 스펙트럼이 넓어 보편적인 평가 잣대를 설정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잘 아는 건축가 가운데는 의도적으로 그로테스크(grotesque)와 불편함을 추구하는 이도 있으니까요.


악양 집을 지을 때도 큰 틀에서는 당연히 아름다움과 편안함은 기본으로 하되 또 다른 관점에서 나름 고심한 사항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집의 분위기와 느낌은 ‘단순하고 거칠게 (simple and wild)’ 가져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집과 사람이 주변 풍광과 교감하고 자연과 더불어 호흡하는 공간이 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식탁 겸 다용도 작업 테이블이 위치하는 거실과 1.5층 구조의 다락을 그런 경로 또는 공간으로 설정하고 싶었습니다.


건축가는 차경(借景)*의 공간을 제안했으나, 저는 그 인공적이고 작위적인 설정을 거부하고 창(窓)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집에는 창이 많습니다. 대부분 그림 액자 같은 붙박이창이고 큰 편입니다. 다행히 요즘은 단열이 잘 되는 창틀과 유리가 나와 있고 그 비용도 많이 저렴해진 덕분이었지요. 결과적으로 거실과 다락은 물론이고 집 안 어디서나 바깥을 훤하게 내다볼 수 있어 주변 자연과 함께한다는 강한 느낌을 받습니다.


반면 아쉽고 눈에 거슬리는 부분도 많습니다. 창의 크기와 높낮이, 가로 세로 비율 등과 같은 디테일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말이 지금처럼 절실하게 다가올 줄 몰랐습니다. 그 말이 아니더라도 좀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섬세한 접근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다 지난 일이고 의미 없는 반성입니다. 어떻게 하더라도 생전 처음 집을 지어보는 건축주가 그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 법이니까요.


*조경에서 외부의 뛰어난 자연경관을 정원의 재료 또는 배경 요소로 끌어들이는 것을 말하는데, 나중에는 정원조경의 차원을 넘어 자연경관을 집 안으로 끌어들이는 건축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일찍 일본에서 유행했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건물 내부에 유리로 빛이 드는 공간을 구성하고 그 공간에 나무를 심는다든지 하여 소규모 정원을 조성하는 것도 일종의 차경의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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