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 수확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하지(夏至)가 열흘쯤 앞이니 지금이 일 년 중 해가 가장 길 때입니다. 5시만 되어도 날이 훤하고 6시 무렵이면 부지런한 농부들의 풀 베는 예초기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립니다.
딱히 서둘러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오늘은 평소보다 눈이 일찍 떠졌습니다. 새소리가 유난하다 싶어 거실로 나가봤더니.... 간밤에 거실문을 열어 둔 채 잠자리에 들었고.... 집안으로 가득 흘러드는 새소리에 잠을 깬 것이었습니다. 문 닫는 것도 잊어버리다니 순간 내가 치매인가 하다가, 아니지 밤새 더 맑은 공기로 숨을 쉬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하며 긍정했습니다.
잠을 일찍 깬 것은 아마도 집과 붙어있는 매실밭 한켠의 뽕나무와 관련이 있을 듯싶습니다. 이 뽕나무는 봄에 잎을 따 나물로 무쳐먹는 소중한 식자재원인데요. 안식구가 아끼는 나무이기도 하고요. 따먹기에는 너무나 작은 오디가 가득 달려 있는데, 인근의 새들이 (산비둘기들이 참 많습니다) 그 오디로 아침 허기를 채우느라 왁자지껄한 소리에 잠을 일찍 깬 것이 분명합니다.
이곳 악양은 5월 하순에 시작된 매실 수확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아침 산책길에 근처 매실밭에서 매실 따는 노부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올해는 긴 봄가뭄 탓에 매실 발육이 부진하여 씨알이 예년보다 잘고 소출도 적다고 하는군요. 마음이 많이 불편하시겠다고 하니, 농사 한두 해 지어본 게 아니니...., 좋은 날이 있으면 궂은 날도 있기 마련이라 그러려니 한다고 하시는 말에 평생 자연과 함께해 온 나이 든 농부의 달관이 묻어났습니다.
청(淸)을 담그기 위해 매실을 땄습니다. 농약을 치지 않는 데다 가지치기나 거름도 않으니, 당연히 알은 잘고 빨리 떨어져 나무에 달려있는 것이 적었습니다. 그래도 실한 놈으로 골라 22kg(+비정제설탕 20kg)을 담궜습니다. 지난해 담근 것도 많이 남았지만, 왠지 담그지 않으면 서운할 것 같았습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지인들과 나눌 것이라곤 직접 만든 녹차와 매실청밖에 없으니.... 아, 때맞추어 오시면 대봉감 홍시도 먹을 수 있겠네요.
창밖으로 눈을 돌리니 바람에 몸을 맡긴 대나무들의 율동이 무척 한가롭습니다. 며칠 전 한 차례 비를 맞은 감나무 묘목들도 생기를 찾았고 마당 잔디도 잘 자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는 풀과의 전쟁을 알리는 전주곡입니다. 예초기로 감나무밭 풀을 베다가 기름이 떨어져 남겨진 풀들이 그냥 내버려 두라고 아우성입니다. 오늘도 해거름 무렵이면 수행하는 마음으로 잔디 풀뽑기를 계속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