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콕일기 (6) 파리 다비식

by 구민성

파리 다비식


fly-5422131_1280.jpg 해탈, 다비식...극락왕생!!

파리 한 마리가 들어왔다. 출입문 사용을 항상 조심했는데


언제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자판 소리 외에는 적막뿐인


내 둥지에서 녀석의 날갯짓 소리는 꽤나 신경 쓰였다.



나는 단호하게 파리채를 잡았다. 하지만 녀석은 한 곳에 앉지 않고


볼일 바쁜 장돌뱅이처럼 계속 날아다녔다.


녀석을 따라다니다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시간 아끼는 방법을 떠올렸다. 어제 세탁기 돌려놓고


설거지까지 해서 두 가지 일을 완수했듯이,


오늘도1타쌍피의 전략을 쓰기로 했다.



나훈아의 테스형을 들으며 녀석을 추적했다.


그런데 한참 따라다녀도 녀석의 비행은 계속되었다.


아하, 녀석에겐 음악이 굉음처럼 들리겠구나.


음악 감상과 추적의 동시 진행은 실패!



나는 음악을 끄고 석문호흡을 시작했다.


단전을 의식하면서 느리게 들이쉬고 내쉬고.


잠시 후에 녀석의 비행이 멈췄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녀석이 파리채 끝에 착륙을 한 것이다.


세상에! 뭐 이런 철부지가 있나? 아니면 간 큰 녀석인가?


그렇다고 내가 파리채 끝에 박치기 공격하기도 이상하다.



그래 살살 흔드니까 녀석이 다시 날았다.


이번에는 오래 날지 않고 금방 벽에 안착했다.


녀석은 앞발을 살살 비볐다. 마치 살려달라고 비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독하게 마음먹고 순발력을 발휘했다.


휙! 탁!



그런데 막상 죽은 파리를 보니 좀 미안했다.


나는 파리를 휴지로 싸서 난롯불에 넣었다.


내 딴에는 진지하게 파리 다비식을 치르는 셈이다.


---파리보살님, 해탈하소서.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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