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콕일기(9) 물물물

by 구민성
%EB%AC%BC%EA%B3%BC_%EC%83%9D%EB%AA%85.png?type=w580 두 손에 담긴 물꽃, 생명을 품다.


물물물


그저께 동네 목욕탕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떤 청년이 샤워기를 틀어놓은 채, 거울 앞에서 면도를 하고 있었다. 물은 계속 바닥으로 흘러내렸고, 청년은 면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렇게 낭비하는 모습이 거슬려서 나는 그 샤워기의 수도꼭지를 잠갔다. 그러자 청년은 가자미눈을 뜨며, 왜 남의 물을 끄느냐는 듯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요즘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제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자유로운 태도는 존중하지만, 그래도 고마운 물을 왜 낭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자기 집에서도 그렇게 할까?


나는 산에 살면서 물의 소중함을 매일 느끼고 있다. 우리 산에는 높은 지대에서 마사토를 거쳐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있다. 그 물을 받아서 식수, 생활용수, 텃밭용수로 쓴다. 그런데 그 물줄기가 굵은 것도 아니다. 겨우 젓가락 하나 굵기 정도다. 이 물을 120미터 호스로 연결해 집 앞까지 끌어온다. 그 물줄기라도 하루 종일 모아면 2톤짜리 물탱크에 가득 찬다. 그렇게 모은 물을 나는 아끼고 또 아끼며 생활에 쓴다.


물 없는 곳에서는 사람이 살 수 없다. 그래서 예로부터 위정자들은 치산치수를 국가 경영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내며 온 정성을 다해 비를 구하던 조상들의 마음을 생각해본다.


나는 물을 쓸 때마다 역대 대통령들이 추진한 댐 건설을 떠올리며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이승만 대통령은 1개의 댐, 박정희 대통령은 8개의 댐, 전두환 대통령은 2개, 노태우 대통령은 1개, 김대중 대통령은 2개, 이명박 대통령은 1개의 댐과 함께 청계천 복원과 4대강의 16개 보를 조성했다. 당시만 해도 중장비도 부족하고 기술도 어려웠을 텐데, 대통령과 관계자 모두의 고생을 짐작할 수 있다.


반면 북한은 전쟁 준비에 치우쳐 물 관리가 부족하다 보니 홍수와 가뭄이 반복된다. 지도자의 판단이 국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는 극명한 사례다.


혹자는 박정희 대통령이 오래 재임했기에 건설을 많이 했다고 하지만, 북한은 3대를 세습하면서 80년 동안이나 집권하고 있으면서도 치산치수를 잘 하고 있는가?


노무현, 문재인, 박근혜 대통령 시기에는 물 관련 인프라 사업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전임 정부의 사업을 이어받은 경우는 있었지만, 주도적으로 추진한 대규모 물 관리 정책은 드물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시기에는 4대강의 보를 해체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나는 걱정이 컸다. 이미 확보된 물 관리 기반이 흔들릴까 염려스러웠기 때문이다. 정치적 논쟁보다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치수 사업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사막에서 길을 잃었을 때는 금도 다이아몬드도 소용없고 단 한 모금의 물이 생명을 구한다. 기진맥진의 상황에서 물은 생명인 것이다. 아프리카의 갈라진 대지에서 아이들이 낡은 물통 하나만 달랑 들고 물 길어오는 모습을 생각하면, 물을 낭비하는 사람들이 더욱 안타깝다.


내 산속에서도 가뭄이 들면 텃밭 작물들이 숨을 헐떡이며 시들어간다. 사람이나 자연이나, 모두에게 물은 생명의 첫 번째 조건이다. 물은 곧 피다. 水卽血.


물을 아끼자. 위정자들이 물 관리를 철저히 했듯이 우리도 물을 천금같이 아끼며 써야 한다. 그리고 댐만큼 중요한 것이 숲이다. 산림이 울창해야 물이 스며들고, 그 물이 강과 호수로 흘러간다. 물이 나무를 살리고, 나무가 다시 물을 만든다.


중동의 지도자들이 우리나라의 푸른 산림을 무척부러워한다는 말이 있다. 석유로는 나무를 키울 수 없고, 갈증을 해소할 수도 없다.


박정희 대통령을 내가 존경하는 이유는 뚜렷하다. 경제 발전은 물론이고 댐 건설과산림녹화라는 인프라를 동시에 추진한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그분은 청와대 화장실 변기 수조에 벽돌까지 넣어 물 절약을 실천했다고 한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물을 아끼는 솔선수범, 다른 어떤 지도자가 그랬던가?


여적: 그분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참석한 국정 일정이 바로 삽교호 준공식이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이요, 애민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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