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콕일기 (10) 벌 공포

by 구민성

벌 공포


bee-7370876_1280.jpg 벌 공포...극복하는 팁!


산에서 일하다 보면 벌을 자주 만난다. 특히 큰 벌은 마치 비행기처럼 윙윙거리는 소리로 나를 위협한다. 예전에 벌에 쏘여 고생한 기억이 있어, 그 소리에 공포심이 더해진다.


하지만 요즘은 그 공포를 이겨내는 비법을 터득했다. 그리 복잡한 건 아니다. 벌이 내 옆으로 날아오면, 나는 큰 목소리로 “관세음보살”을 몇 차례 외친다. 내 생각엔 벌은 자기 날갯짓 소리보다 큰 소리에 기가 죽는다. 그래서 가능한 한 큰 소리로 외쳤더니 대부분의 벌이 도망가더라. ‘꼬꼬댁꼬꼬’ 같은 닭 소리도 괜찮지만, 작으면 효과가 없다. 기왕이면 ‘꼬끼오~ 꼬끼오~’ 하며 장닭 흉내를 내는 게 더 낫다.


또 과일을 먹을 때, 내 입의 단내를 맡고 벌이 입 근처로 다가오면 아예 과일 껍질을 옆에 두고, 기분 좋으면 한 조각 떼어주기도 한다. 이때 절대 팔을 휘두르거나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싸우면 인간은 이길 수 없다.


예초기를 돌리다 벌집을 건드려 벌떼가 몰려들면, 나는 무조건 빈다. “아이고, 미안합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 일하다 실수한 겁니다. 용서해주세요. 관세음보살!” 진심으로 사과하고, 마지막 “관세음보살”은 부처님도 놀랄 만큼 크게 외친다.


그런데도 끝내 참지 못하고 쏘는 벌이 있다면, 그땐 곧장 냉장고로 달려간다. 쌀뜨물을 한 컵 마시면 119 부르기보다 빠르고 효과도 좋다. 냉장고에는 늘 쌀뜨물을 준비해 두고, 없으면 쌀 한 줌을 물에 갈아 쌀물을 만든다. 해독 효과가 꽤 괜찮다.


이렇듯 나는 관세음보살과 쌀뜨물로 벌 공포를 잘 이겨내며 산속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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