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일병 구하기
짜야와 진수가 맹렬하게 짖어댄다.
“쟤들이 갑자기 왜 저러지?”
두 마리가 듀엣으로 짖는 것은 주로 낯선 사람이 올 때이다. 나는 아직 밥을 덜 먹었지만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낯설거나 낯익었거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러면 다른 침입자가 있다는 말인가?
짜야는 고개 숙여 땅을 보면서 크게 짖고, 진수는 낮고 무거운 소리로 크르렁크르렁 위협음을 낸다.
짜야 옆에 가서 보니, 세상에! 초록색 뱀이 똬리를 틀고 있지 않은가!
개 두 마리는 줄에 묶여 있었으니 뱀에게 직접 공격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신랑은 침입자를 노려보면서 뱀을 위협하고, 각시는 큰 소리로 나를 부르는 것이다.
나는 뱀을 싫어한다. 아니, 무서워한다. 어릴 때 이웃 사람이 독사에게 물려서 죽은 일도 기억나고, 개구쟁이들의 별난 으름장도 잊히지 않는다. 뱀을 죽이면 보복 당한다는 말이었는데, 뱀은 죽을 때 꼬리로 무전을 쳐서 친구들을 부른다고도 했다.
하여간 나는 뱀이 무섭고 싫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다. 뱀이 있는 곳은 9마리의 오골계와 3마리의 병아리가 있는 닭장 옆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병아리 1마리가 없어진 것도 이 뱀의 소행일지 모른다.
나는 손에 쥐어지는 나무 막대기로 뱀을 후려쳤다. 몇 번이나 때려도 잘 맞지 않는 뱀은 닭장 쪽으로 계속 간다.
“안 돼. 거기는 안 돼!!”
자꾸 휘두르다 보니 막대기가 부러지고 말았다. 나는 옆에 있던 지게작대기를 잡고 계속 때렸다. 몇 번이나 허탕을 치던 끝에 제대로 한 방 맞았나 보다. 동작이 느려지고, 그러나 입을 쫙 벌린 녀석의 대가리를 겨누어 몇 번 더 때렸다. 드디어 녀석의 움직임이 멈췄다. 이놈이 혹시나 제 친구들에게 무전을 치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그래도 계속 때렸다. 무전을 치기 전에 죽여야 한다. 그래야 병아리를 살릴 수 있다. 마침 옆에 있던 큰 톱을 잡고 녀석의 머리를 계속 때리니까 톱날에 피가 묻어났다. 축 늘어진 초록뱀은 120cm 정도의 길이다.내가 이긴 것이고 병아리를 살린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살생은 정당방위일 것이다.
나는 손으로 뱀을 들지는 못 했다. 그냥 뱀을 톱날에 걸치고 닭장 안으로 들어갔다. 닭장 구석의 퇴비장에 뱀을 내려놓고 튼튼한 플라스틱 소쿠리로 덮었다. 이제 곧 파리들이 뱀의 몸에다 알을 깔 것이고 그 알은 유충이 될 것이다. 그 유충을 닭에게 먹이면…… 그때 전에 어느 양계장에서 ‘독사 먹인 닭’을 비싸게 판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 양계장에서는 죽은 뱀의 사체에서 구더기를 키워 고단백 사료로 먹인다는 말을 들었다.
생명체의 순환 논리는 이렇게 되는가? 내가 뱀을 잡고, 파리가 뱀의 사체에 알을 까고, 그 알은 구더기가 되고, 닭이 그 구더기를 먹고, 나는 계란을 먹고…….
그런데 이상한 것은, 닭들이 뱀을 겁내지 않는 점이다. 큰 닭들은 이미 뱀이 죽은 것을 알아채고, 병아리들은 아직 뱀이 뭔지도 몰라서 그럴까? 개들은 열심히 짖어대고…….
괜히 나 혼자서 겁먹었나? 어쨌든 오늘은 내가 이겼다. 병아리를 구하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영화 제목이 생각났다. 병아리 일병 구하기, 뿌듯하다. 이제는 뱀보살의 해탈에 극락왕생을 축원하자.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