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탕 이야기
나는 대구탕을 먹을 때 곤이나 알이 보이면 기분이 좋다. 아니, 알을 더 좋아한다. 혹시 메뉴판에 알탕이 보이면 후딱 주문한다.
오늘은 된장 심심하게 풀어서 아욱국을 끓이기로 했다. 텃밭에서 아욱잎을 여남은 장 뜯어서 물에 두 번 씻었다. 혼자 먹을 때는 먼지 씻기 한 번에 헹구기 한 번으로 끝낸다. 미친년이 애 낳으면 씻다가 죽인다고 하듯이, 야채도 너무 많이 씻으면 맛을 죽인다.
그런데 마지막에 잎의 뒷면을 보니까 벌레알이 가지런하게 붙어있었다. 어떤 벌레의 알인지는 (호적등본을 안 봤으니)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농약을 안 쓴 증거물이라 생각하고 그냥 냄비에 넣고 끓였다.
해서 오늘의 점심은 벌레 알탕이 된 것이다. 맛에는 전혀 상관이 없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나의 무농약 농법을 가상히 보신 산신령님께서 상품으로 내린 벌레알이라 믿었다. 단백질을 보충하라는 내 동업자의 깊은 뜻에 합장했다.
참고로 손님 접대용이라면 네 번 이상 씻는다. 손님은 산신령님의 동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