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 만들기
우리 산에는 작업로 외에 오솔길도 몇 구간이 있다.
개집으로 가거나 퇴비장으로 갈 때는 좁은 오솔길로 다닌다.
그런데 경사가 있거나 흙이 흘러내리는 곳이면 미끌어지기 쉽다.
이럴 때는 밤나무를 60cm 내외로 여러 개 잘라서 계단을 만든다.
내가 즐기는 토목공사이다.
(참고로 이런 계단은 밤나무로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
숲 사이로 다니면서 땅이 생긴 대로 길을 만들면 상당히 재미있다.
포클레인 같은 중장비가 아니라 삽과 괭이만으로
땅을 파고 밤나무 토막을 묻는 것이다.
계단을 만들다가 중간에 큰 돌덩이나 바위를 만나면 슬쩍 돌아가기도 한다.
최단거리 직진만 고집하면 의외로 피곤해진다.
다 만든 후에는 걷기 편한 것이 가장 큰 기쁨이고
멀리서 바라보는 조경미도 아주 만족스럽다.
무엇보다 우쭐한 기분이 드는 것은 내가 새로운 길을 만들었다는 성취감이다.
내가 만든 길에는 더 정이 가니까 자주 걷는다.
며칠 전에는 산돼지가 다니던 길을 다듬어서 내 길을 만들었다.
산돼지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산 주인을 위해서 녀석도 양보하리라 믿는다.
아니, 이 산의 원래 주인은 산돼지나 고라니였다.
따지고 보면 내가 침입자일 거다.
내 즐거움을 위해서 산의 속살을 뒤집었으니
원래 주인에게 사과라도 해야 하나?
그러지 말고 길을 함께 쓰면 되겠네.
주인과 개발자의 공존을 위해
내일도 한 구간 더 만들자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좋다.
그래 샤워하면서도 콧노래를 계속 부른다.
나는야 흙에 살리라~~짠짜자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