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귀신 동글이 (2/4)
<2>
식구들이 모두 잠든 밤입니다. 민호는 벌써 며칠째 아무도 몰래 야식을 먹습니다. 불을 켜지도 않고 식은 밥 한 공기를 물에 말아서 햄, 연근 조림, 소시지랑 급히 먹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서둘다 보니 물 컵을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식탁 밑으로 고개 숙이고 낑낑대며 걸레질을 했습니다. 뚱뚱하니까 엎드리면 숨이 찹니다. 하지만 엄마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재빨리 닦아야 합니다.
“민호야, 뭐 해?”
민호는 깜짝 놀라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민호야, 나야. 동글이.”
“동글이라니? 도대체…….”
민호는 바닥에 엎드린 채 소리의 주인을 찾았습니다.
“매일 네가 부딪치는 식탁 다리야. 지금은 동그란 모양이니까 동글이야.”
“우아! 진짜 신기하다. 식탁 다리가 어떻게 말을 해?”
“응, 우린 착한 목신이 붙어있어서 말을 할 수 있어.”
“착한 목신이라고? 그게 뭐야?”
궁금한 걸 못 참는 민호가 식탁 밑에 엎드린 채로 계속 물었습니다.
“그건 말이야. 목신이라고 하면 사람을 해치는 무서운 신으로 대부분 알고 있거든. 하지만 우리처럼 착한 목신도 있어.”
“그럼, 너희들은 모든 사람과 말할 수 있어?”
민호는 침을 꼴깍 삼키면서 물었습니다.
“아니, 그건 아니야. 우리와 처음으로 대화 나눈 민호 너만 가능하지. 그것도 밤 12시 이후에만 가능해.”
“왜?”
민호는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순간적으로 김샌 느낌이 들었습니다.
“응. 귀신은 한밤중에만 움직이거든. 그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야.”
동글이는 그렇게 말하고 다른 세 친구를 소개했습니다.
우선 맞은편에 있는 다리는 동생 민지가 앉는 쪽인데, 풍뎅이가 붙어사는 각목이니까 이름이 풍각이라고 했습니다.
풍각이의 옆에는 방각이라고 합니다. 아빠가 방귀를 뀔 때마다 냄새를 제일 많이 맡지만, 그 냄새를 싫어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좋아합니다.
방각이 맞은편, 그러니까 민호의 옆쪽에는 엄마가 항상 앉는데 뽀각이라고 했습니다. 엄마가 사랑하는 뽀삐는 늘 여기에다 오줌을 찔끔 싼다고 합니다. 은색 강아지 뽀삐는 예쁘긴 하지만 아무 곳에나 함부로 오줌을 싸니까 엄마 외에는 모두 미워합니다.
그리고 동글이 말고 세 개의 다리에 ‘각’이 붙는 건 모두 각목이라서 그렇다 합니다.
“난 말이야, 박민호라고 하는데 새꿈초등학교 5학년…….”
“됐어, 민호야. 소개 안 해도 다 알아.”
민호가 자기소개를 하려는데 동글이가 말을 막았습니다.
“너의 몸무게, 키, 성격, 취미, 학교 성적, 소아비만증까지 죄다 알아.”
“아니, 그걸 어떻게…….”
민호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물었습니다. 마치 중대한 비밀이 누설되어 걱정이라는 듯이 말이죠.
“그 정도야 보통이지 뭐. 우린 신이거든, 목신!”
동글이가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