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 레인지(1/4)
<1>
엄마는 식당에서 손님들에게 기분 좋게 서비스를 잘해요. 하지만 재호가 뭘 먹으려고 하면 아주 쩨쩨하게 변해요. 1학년이면서 몸무게가 너무 많이 나간다고 늘 잔소리해요.
아빠는 재호에게 엄마 닮아서 뚱뚱하다고 했지만, 엄마 스스로는 체격이 좋을 뿐이지 뚱뚱한 것은 아니라고 우겼어요. 그러면서 재호에게는 좀 적게 먹어야 살이 빠진다고 매일매일 닦달했어요.
엄마는 항상 재호에게 ‘게눈 감추듯이 먹는다’고 했지만, 재호는 그 말을 잘 몰라요. 하여간 어제는 계란말이를 몰래 먹었고, 그제는 두부 구이를 재빨리 먹었어요. 재호는 엄마 모르게 먹을 때 제일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왜 그런지는 잘 몰라요.
재호는 오늘도 식당 주방에 들어가서 먹을 것을 살폈어요. 마침 조리대 옆에는 밀감이 열 개 정도 있었어요. 재호는 입안에 고인 침을 꼴깍 삼키면서 기회를 노렸어요. 그러다가 엄마가 쓰레기 비우러 나간 사이에 밀감을 하나 까먹었어요.
그런데 엄마가 쓰레기통을 들고 들어오니까 밀감 껍질을 버릴 곳이 없잖아요.
다급해진 재호는 조리대 아래에 있는 전자레인지를 열고 껍질을 넣었어요. 나중에 엄마 몰래 치워야 한다고 생각하면서요.
“재호야, 너 여기서 뭐 해?”
“아니, 아무것도 안 해. 그냥…….”
어, 어! 엄마가 전자레인지 쪽으로 오네요. 재호는 얼른 전자레인지를 슬쩍 가리고 섰어요.
“엄마. 이거 새로 샀어?”
“아, 그거? 작은 이모가 사서 보낸 거야.”
“이야, 색깔 예쁜데… 이거 연두색이지?”
재호는 자꾸 딴청을 부리면서 엄마가 전자레인지 옆에 못 오게 얼쩡거렸어요.
“그래. 예쁘지? 네 이모는 본래 센스가 좋아.”
재호는 센스가 뭔지 몰라도 더 묻지 않았어요.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거든요.
“얘, 주방 복잡하니까 넌 밖에 나가 있어.”
엄마의 말대로 재호는 홀에 나왔어요. TV를 보는 척해도 마음은 온통 전자레인지에 가 있었어요. 엄마는 여전히 바쁜 손길로 반찬을 만들고 있어요. 엄마가 잠깐 자리를 비워야 전자레인지 속의 밀감 껍질을 치울 텐데…….
어, 어! 엄마가 전자레인지 문을 열려고 하네요. 아! 안 돼! 문 열면 밀감 껍질 들키는데……. 재호는 가슴이 콩닥콩닥했어요. 하지만 엄마는 재호의 마음도 모르고 기어이 전자레인지의 문을 열었어요. 오, 마이 갓!
“어머나. 여기에 웬 밀감이 있어?”
엄마는 깜짝 놀라며 그 밀감을 꺼냈어요. 하지만 재호는 엄마보다 백배쯤 더 놀랐어요. 조금 전에 넣은 껍질이 탱탱한 밀감으로 변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