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 레인지 (3/4)
엄마는 계산대 위에 전자레인지를 떡하니 놓았어요. 손잡이 옆에 <요술 레인지>라고 크게 써서 붙이고요. 주방에서는 다른 것을 사용하고, 요술 레인지는 일부러 손님들에게 보이도록 했어요. 또 이제는 레인지를 의심하지 않고 믿었어요.
“손님, 이게 말이에요. 껍질을 넣으면 싱싱한 과일이 나오거든요.”
엄마의 말을 의심하던 손님들도 막상 눈으로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밀감 다섯 개의 껍질만 있으면 계속해서 싱싱한 밀감이 다섯 개씩 나오니까 과일 값도 안 들고 참 좋았어요. 감자, 오이, 당근은 물론이고 심지어 양파와 마늘 같은 양념까지 사지 않으니 엄마는 더 좋아했어요.
소문 듣고 찾아온 손님들은 식사하기 전에 요술 레인지를 먼저 구경하고 껍질로 만든 과일부터 맛보았어요. 본래 서비스를 잘하던 엄마는 재료비 걱정 없이 활짝 웃으면서 과일을 대접했어요. 그뿐만 아니라 커피 마시고 빈 컵을 넣으면 따뜻한 커피가 또 나오는 거 있죠?
비 오는 날 저녁에 벙거지 모자를 쓴 아저씨가 찾아왔어요.
“아줌마. 저 요술 레인지 소문 듣고 왔는데 혹시 팔지 않겠어요?”
“팔아요?”
“네. 돈 많이 드릴 테니 저에게 파세요.”
“아뇨. 돈 아무리 줘도 안 팔아요.”
엄마가 딱 잘라서 말하니까 그 아저씨는 입맛만 쩝쩝 다시다가 돌아가 버렸어요.
하여간 식당에는 손님들이 계속 늘어났고, 그들은 요술 레인지를 살피며 감탄했어요. 수박 껍데기 넣으면 싱싱한 수박통이 나오니까 기가 막히죠.
며칠 후 재호가 학교에서 돌아오니 엄마가 울고 있어요.
“어, 엄마 왜 울어?”
“아, 재호 왔니? 글쎄 요술 레인지가 없어졌어. 엄마가 잠깐 주방 청소하고 나와 보니까 없더라고.”
계산대 위에는 카드 체크기와 전화기만 있었어요. 재호가 주방과 창고와 화장실까지 둘러보았지만 역시 없었어요. 마침내 재호는 울음을 터뜨렸어요. 너무 슬퍼서 밥도 먹을 수 없었어요.
엄마는 며칠 전에 요술 레인지를 사겠다고 말하던 벙거지 모자 아저씨를 의심했어요. 하지만 그가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도 모르니 찾아갈 수가 없어요. 엄마와 재호는 일단 경찰서에 신고부터 했어요.
벙거지 모자는 오전 일찍 식당에 왔다가 아무도 없는 것을 알고 벼락같이 훔쳐갔어요. 그는 자기 아파트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실험을 했어요. 요술 레인지 속에 바나나 껍질을 넣고 조금 기다렸어요. 그런데 이상한 냄새가 났어요. 깜짝 놀란 벙거지 모자는 황급히 레인지 문을 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