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머 콩트(2) 높은 '놈' 귀하

by 구민성


%EB%86%92%EC%9D%80%EB%86%88.png?type=w580 솔직 대화... 리얼 토크... 언중유골


“야, 야! 내가 말이지, 높은 놈들에게 할 말이 있어. 뭐냐면……. 씨펄! ”

“어이, 그만해. 자넨 씨펄만 나오면 취한 거야. 겨우 소주 석 잔에 맛이 갔구먼.”

철우는 자신의 관자놀이 옆에서 손가락을 뱅뱅 돌렸다.

“아니, 내 말은 말이지, 얼굴만 빨갛지 정신은 말짱해. 자네 취중진담 알아?”

“알지. 언중유골도 알아. 근데 지금은 많이 취했으니 그만해. 자, 일어나자고.”

철우가 성규의 팔을 잡아 일으키려고 했다. 하지만 성규는 화를 벌컥 냈다.

“아, 놔! 놓으라구!…… 내가 말이지, 할 말이 있다고. 지기미! 나도 생각이 있고 입이 있어. 지금까지는, 죽은 놈 불알처럼 가만히 있었지만…….”

“알았어. 하고 싶은 말 해봐. 3분만 들어줄게.”

철우는 큰 인심이라도 쓰는 것처럼 말했다. 성규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을 시작했다.

“야, 우리나라에 높은 놈들 많잖아. 그런데 책임지는 놈은 하나도 없어. 선거할 때 말이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하늘처럼 섬기고, 충실한 심부름꾼으로’ 어쩌고 하잖아.”

“누구 선거 말이야?”

“야, 들어 봐. 말 끊지 말고. 좌빨 놈들에게 배웠어?”

“됐어, 말 안 끊을게. 시간 가니 빨리 말해.”

“알았어. 근데 어디까지 했어?”

“충실한 심부름꾼…….”

“그렇지. 근데 지금 경제가 개판이라서 국민이 얼마나 힘들어? 우리 장모님은 40년 동안 잘하시던 가게를 접게 생겼어. 월세도 맞추기 어려우니, 노는 게 버는 거라고 하셔. ……높은 놈들 말이지, 국민이 주인이라 했잖아. 주인이 배고파 죽겠다는데 저그는 꼬박꼬박 월급 다 받아가잖아? 개판 경제에 국민들은 죽을 판인데 높은 놈들 중에 누가 책임지나? 한 놈도 월급 사양하는 놈 없어. 야, 기업에 성과급이라는 거 있잖아? 경제를 망쳤으면 그쪽 장관들은 월급 안 받아야지, 지기미!”

“본래 장관은 ‘장식용 관리’의 줄임말일 거야.”

“야! 말 끊지 말랬잖아. 까마귀 고기 먹었어? 지기미! … 근데 방금 뭐랬지? 장식용 관리? 이야, 그거 말 되네. 장식용 관리라…….”

성규가 고개를 주억거리자 철우가 발언 찬스라고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근데 장관이 무슨 힘이 있겠어? 임명했으면 권한을 줘야지. 모든 정책을 비서실에서 다 주물러대는데 장관인들…….”

“내 말이 그 말이야. 임명을 했으면 일을 확실히 맡기고, 일을 못하면 벌을 줘야지. 안 그래? 난 말이지, 성과급을 주장한다고, 성과급! 엉터리로 하면 월급을 확 깎고, 잘하면 조금 더 주는 거야. 주인이 배고프면 일꾼도 굶기고, 주인이 배부르면 조금 더 주자고! 이런 게 신상필벌이잖아. 내 말 맞지?”

“근데 장관들만 책임 있어?”

“아니지. 대통령과 비서진, 총리와 장차관까지 성과급을 시행해야 돼. 그러면 전체 공무원들의 눈빛이 달라질 거야. 복지부동도 없어지고 말이지. 무능 무책임한 공무원들 월급을 환수해서 성실한 공무원에게 특별수당으로 주는 거야. 인건비 예산은 늘이지 않고 이 나라 공무원을 최고 인력으로 만드는 거야. 무한 경쟁시대에 철가방이 뭐야, 지기미!”

“하위직 공무원도?”

“그렇지.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했으니.”

“법? 그런 법이 과연…….”

“국회에서 법 만들면 되지. 참 국회의원들도 적용해야 돼. 그 인간들도 선거할 때 온갖 좋은 말은 다 해놓고 전부 뻥이잖아, 지기미! ……과정은 공정하게 한다며?”

철우가 고개를 갸웃하며 또 물었다. 말 끊는다고 뭐라 하지 않으니 옳다 하면서.

“근데 일을 잘하고 못 하는 기준은…….”

“아, 그거야 간단하지. 시민단체에서 평점을 매기면 되지. 아니면 공식적인 통계, 그 뭐지? 경제 성장률이던가, 그런 거 말이야. 하는 김에 국회의원들도 각 상임위별로 바꿔서 평점을 매기는 거야. 회의 시간에 자리를 비우거나 불성실한 사람, 졸거나 고함지르는 의원, 남의 발언에 끼어들면서 메너 더러운 놈, 그런 놈들은 점수 팍 깎고, 결과를 몽땅 언론에 공개하는 거야. 그러면 정신이 좀 들겠지.”

“근데, 국회에서 그런 법을 만들려고 할까?”

“그래서 내가 높은 놈들에게 편지를 쓸 생각이야. 아니, 높은 놈들은 내 편지를 안 읽거나 찢어버릴지도 몰라. 국민 여러분에게 써서 그 인간들 정신 차리게…….”

“국민이 국회의원보다 높다는 말이야?”

“그러엄! 국민이 제일 높은 놈이지!”

“근데 국민에게 놈이라니, 너 죽을래?”

“아니, 국민은 높은 님이야, 니임!”

“알았어. 내일 술 깨면 편지 쓰고 이제 일어납시다, 높은~~ 니임!”

계산대 앞에서 술값을 결제하려던 성규가 돌 씹은 표정으로 말했다.

“어이, 술값… 미안하지만 자네가 계산해.”

“왜, 오늘은 자네가 산다며?”

“카드에 잔고 없대.... 빈총이야, 빈총! 지기미!”

성규는 계속 툴툴거리고 철우도 좀 찜찜했다. 바깥에는 밤바람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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