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콩트(4) 선수 기 죽이지 마라

by 구민성

선수 기 죽이지 마라

쓰러진 선수에게 더 힘찬 박수를...!









“악!”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김강호 선수는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눈에 불이 번쩍 튀면서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멕시코 공격수의 팔꿈치에 눈을 맞은 것이다. 피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당한 사고였다. 김강호 선수는 들것에 실려 나가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그리고 다시 경기에 투입됐다. 감독은 수비수 김강호 선수의 정신력과 경기력을 깊이 신뢰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야가 흐려진 김강호 선수는 몇 번의 실수를 더 했다. 경기는 1:2로 한국이 졌다. 팬들은 실망이 컸고 화도 났다. 누군가에게 화풀이를 하고 싶은데 그 도마에 김강호 선수를 올린 것이다.

인터넷에는 팀에 대한 비난과 욕설이 묵은 담요의 먼지처럼 날렸다. 특히 김강호 선수에게는 끔찍한 악담이 쏟아졌다.

“야, 김강호! 너도 축구 선수냐? 더 이상 쪽팔리지 말고 자살이나 해버려!”

지독한 악플이다. 마치 키보드와 싸우는 것처럼 거칠게 자판을 두들기는 사람은 20대 초반의 광팬이다. 그는 열 오른 무대의 락 가수처럼 노랑머리를 마구 흔들었다.


숙소에서 선수들은 수군거렸다. 쉬쉬하던 악플의 내용이 선수단에 흘러 다니기 시작했다. 어떤 선수는 주먹으로 벽을 치기도 했고, 욕을 하거나 울먹이는 선수도 있었다. 김강호 선수는 말이 없어졌다. 어깨가 처지고 하체도 풀렸다. 평소의 왕성한 식욕은 어디로 갔는지 하루 꼬박 밥도 안 먹었다. 밤새 뜬 눈으로 생각한 것은 정말 죽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주장 손형문 선수는 김강호 선수를 설득하고 북돋우었다. 네가 안 먹으면 나도 안 먹겠다, 네가 안 자면 나도 안 잔다고 했다. 껴안고 함께 울기도 했다. 결국 주장의 헌신적인 배려로 김강호 선수는 회복훈련에 참여했다. 그의 눈은 다시 빛났다.


조 예선 마지막 상대는 전 대회 우승국인 독일이다. 이번 대회에도 우승 후보로 꼽히는 최강팀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승리 확률이란 1%에 불과하다고 했다. 독일 스스로도 이기는 것은 당연한데, 몇 골 넣을지에 관심을 두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피파 랭킹 57위인 한국이 1위인 독일을 이겨버린 것이다. 그것도 2:0으로 말이다. 이것은 대형 사건이다. 세계가 놀랐고 온 국민이 감동했다. 모두 열심히 뛰었지만 특히 김강호 선수의 활약은 눈부셨다.


공항에 마련된 합동 기자회견에서 감독은 말했다.

“밤늦게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전문가들은 1%의 확률이라고 했지만, 국민 여러분께서 99%의 성원을 보태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 선수들의 투혼은 100% 이상이었다고 믿습니다.”

주장 손형문 선수는 코칭스태프와 동료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 후에 야무진 소신을 밝혔다.

“모두 열심히 뛰었지만 특히 김강호 선수는 죽을 각오로 뛰었습니다. 그리고 천금 같은 결승골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김강호 선수는 멕시코전에서 마음을 많이 다쳤습니다. 인터넷에 깡패처럼 설치는 악플러들 때문입니다. 빈정대거나 악담을 하는 것은 응원이 아닙니다. 응원은 넘어져서 힘든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에너지입니다. 그런데 일부 악플러들은 넘어진 선수를 짓밟고 있습니다. 저는 1등 팬이 1등 팀을 만든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 골을 넣은 이대한 선수는 힘주어 말했다.

“인터넷에 악담하는 누리꾼들에게 말씀드립니다. 제발 선수 기 죽이지 마십시오. 선수들은 사기를 먹고 삽니다. 다음에 또 그런 악플을 달면 사이버 수사대에 정식으로 고발하겠습니다.”

기자들이 웅성거리니까 이대한 선수는 사족을 덧붙였다.

“그렇게 잘하면 지가 하면 되잖아. 개뿔도 모르면서!”

화가 단단히 난 그는 주먹으로 탁자를 세게 쳤다.


마지막으로 김강호 선수에게 마이크가 넘어왔다.

“먼저 감독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부족한 저를 믿으시고 기회를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저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 손형문 주장은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동료 선수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팬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실수한 선수는 누가 야단치지 않아도 스스로 마음이 아픕니다. 넘어진 선수가 마음까지 다치지 않도록 따뜻한 배려를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로마의 노예 검투사가 아니며 여러분의 가족입니다.”

김강호 선수의 발언이 끝나자 박수가 터졌다. 인터뷰에서 이 정도의 박수는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다. 카메라 셔터가 폭발하는 것은 선수단에 보내는 화려한 축포였다.


회견장 옆에는 환영 현수막이 여러 장 있었다. 인파의 맨 앞줄에는 눈에 잘 띄는 청년이 있었다. 그는 왼손에 소형 태극기를 들고 오른손에는‘김강호 짱!!!’이라고 쓴 작은 피켓을 들고 있었다. 그는 큰 목소리로 ‘김 · 강 · 호’를 계속 연호했다. 노랑머리를 락 가수처럼 격렬하게 흔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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