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머 콩트 (1) 우아한 권사님

by 구민성
겉은 늙어도 속은 싱싱하니....













대구의 칠공주가 부산에서 여행을 즐기는 중이다. 동화는 일곱 난쟁이가 있지만, 여기에는 일곱 공주가 있다. 그것도 세련되게 잘 익은 단풍띠 공주들이다.


성지곡 수원지에서 맛있는 공기를 흠뻑 마시고, 자갈치에서 맛있는 식사도 마음껏 즐겼으니 기분이 참 좋았다.


돌아오는 부산역 대기실에서는 수다꽃이 만발했다. 당일치기의 아쉬움 때문인지 모두들 막바지 수다에 푹 빠졌다. 하지만 고성방가 정도는 아니고 나름대로 품격 있고 점잖은 잡담들이었다.


시각이 되어 칠공주들이 일어서는데 어떤 중년 남자가 고약한 말을 입에 걸쳤다.


“씹할 년들!”


바로 옆에 앉아 있던 그는 술이 조금 취했거나, 혹은 졸음 사이로 들리는 칠공주의 수다가 거슬렸는지 모르겠다.


칠공주들은 맞서 싸우기도 그렇고 분위기만 썰렁해졌다. 그래도 그렇지 이 남자 좀 심하지 않은가. 감히 어따 대고 저속한 망발을, 싸가지 없는 도발을 하는가. 일행들은 마무리가 험하게 되어 심드렁해졌다.


바로 그때였다.


“씹 안 할 년보다 나은 소리네.”


그 한마디에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흥분하지도 않고, 화를 내지도 않고, 그야말로 교양 있고 야무지게 반격한 공주는 임 여사님이었다. 그녀는 7학년 중반으로 일행 중에서도 왕언니였다. 뿐만 아니라 평소의 언행이 기품 있고 절도 있는 교회 권사님이라서 모두들 깜짝 놀랐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신의 한 수였다.


세상에, 이렇게 후련할 수가 있을까!


일행들은 임 여사님의 깔끔한 멘트에 감동했다. 모두 쳐다보며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어떻게 저런 말이 나왔을까? 촌철살인의 명언이야 명언!


이어서 입도 뻥긋 못하는 그 남자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었다. 코 풀어서 버린 휴지꼴 몰골, 슬그머니 돌리는 시선, 비굴하고 불쌍한 표정…….


쯧쯧, 그러게 감당 못할 소리를 왜 했어?


칠공주들의 이야기꽃은 돌아오는 찻간에서도 시들 줄 몰랐다


.--친구의 여행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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