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선제공격으로 세상에 알려지다
이러는 중에 효지는 걱정거리 하나를 스스로 해결했습니다.
또 도둑이 들어올지도 모르니까 잘내미에게 미리 대비를 시켰습니다.
“잘내미야, 혹시나 나쁜 사람이 너를 훔치러 오면 네가 먼저 공격해 버려. 오늘이나 내일이나 언제라도, 도둑은 절대로 용서하지 마. 잘내미야, 부탁해.”
하면서 귓속말과 이마뽀뽀를 했습니다.
잘내미는 평소처럼 싸악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틀 후에 또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권병기는 장종호와 함께 식당 문으로 쉽게 들어갔습니다.
금진이가 맹렬히 짖었지만, 빗소리 때문에 3층의 식구들은 아무도 듣지 못했습니다.
권병기는 검은색 비닐봉지에 손수건을 넣어 갔습니다.
마취제를 뿌린 그 손수건으로 효지를 마취시키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효지의 방문을 여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웠습니다.
잠든 효지의 숨소리가 쌔근쌔근 들렸습니다.
권병기는 효지 쪽으로 살금살금 접근했습니다.
마취 손수건만 코에 대면 효지는 죽은 듯이 마취됩니다.
그런데 권병기가 손수건을 꺼내는 순간,‘뻑!’하는 파열음과 함께
‘억! 하는 날카로운 비명이 동시에 터졌습니다.
권병기는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는 다리에 심한 통증을 느끼고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잘내미가 온 힘을 다해 그의 다리에 박치기했기 때문입니다.
그 충격에 정강이뼈가 깨어진 권병기는 죽는다고 소리 질렀습니다.
그때 효지가 깼고 큰방에서 엄마 아빠까지 뛰어왔습니다.
장종호는 주먹을 쥐고 잘내미에게 덤비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잘내미가 풀쩍 뛰어오르면서 그의 얼굴에 사정없이 박치기했습니다.
장종호는 코뼈가 깨어지고 코피가 쏟아졌습니다.
불과 1분도 안 걸렸습니다.
효지가 말리지 않으니까 잘내미는 두 침입자에게 번갈아가면서 공격했습니다.
그것은 무차별 폭격과 같이 맹렬했습니다.
“사람 살려! 아이고, 제발 살려주세요!”
권병기는 부러진 다리를 붙들고 잘내미에게 살려달라고 빌었습니다.
바로 옆에서는 장종호가 코피와 눈물을 함께 흘리면서 빌었습니다.
“아이고, 인형님!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앞으로 절대…….”
“퍽!”
장종호는 배를 끌어안고 앞으로 꼬꾸라졌습니다.
효지가 이제 멈추라고 부탁하니까 잘내미는 멈추었습니다.
두 침입자는 모양이 엉망이었습니다.
권병기는 다리에도 피가 흐르고 눈두덩이 시퍼레졌습니다.
장종호는 코피를 흘리고 이마도 찢어졌습니다.
둘 다 일어서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끙끙 앓았습니다.
그들은 도망을 갈 수도 없었습니다.
아빠의 전화를 받은 경찰이 도착했습니다.
경찰들은 침입자들에게 쇠고랑을 채우고 사진도 몇 장 찍었습니다.
김동식 경장이 잘내미를 바라보더니 효지에게 부탁했습니다.
“효지야, 저 인형 마법을 한 번 보여줄래? 우린 아직 못 봤거든.”
“알았어요. 잠깐만요.”
효지가 부탁하니 잘내미가 텀블링을 하다가 권병기의 엉덩이에 퍽! 박치기를 했습니다.
두 경찰관은 눈이 둥그레졌고 두 침입자는 무릎을 꿇고 덜덜 떨었습니다.
다음날 오전.
TV 뉴스에 이 사건이 나왔습니다.
식당 이야기며 효지와 잘내미에 대해서 상세히 보도하였습니다.
최 노인이 저녁에 집에 오니까 일곱 살짜리 신혜가 말했습니다.
“할아버지, 전에 그 나무인형이 TV에 나왔어요, 아까.”
“뭐라고? 나무인형이 TV에? 그게 무슨 말이지?”
최 노인은 신혜에게 빠르게 물었습니다.
“전에 지하실에서 제가 귓속말하고 뽀뽀했던 그… 잘내미 말이에요.”
“그래, 잘내미가 어쨌다고?”
“어떤 사람이 그걸 훔치려다 잡혔대요.”
최 노인은 간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습니다.
손가락도 많이 떨렸습니다.
그러나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습니다.
“그래, 어떤 사람이더냐? TV에 얼굴도 나왔어?”
“아뇨.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어서… 두 사람이던데요.”
“그래, 알았으니… 넌 그만 자거라.”
최 노인은 욕실에서 샤워하면서도 손가락이 계속 떨렸습니다.
비누를 두 번이나 떨어뜨리고 비틀거리다 넘어질 뻔도 했습니다.
‘아, 권 씨가 내 이름을 말하면… 나도 잡혀가는데… 어쩌지?’
최 노인은 그야말로 미치기 직전의 심정이었습니다.
인형도 못 가져오고, 2억 5천만 원이라는 큰돈도 이미 날렸고,
게다가 이런 위기 상황까지 닥쳐오니까 속이 바짝바짝 탔습니다.
밥맛도 없고 잠을 제대로 못 자는 날이 이어졌습니다.
피곤하고 어지럽고 전화벨 소리만 들려도 숨이 턱턱 막혔습니다.
그러다가 결국엔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됐습니다.
욕심과 불안감으로 화병이 생긴 것입니다.
추석이 지나고 아빠는 출판 인사회를 했습니다.
아빠는 짬짬이 써두었던 글을 모아서 네 번째의 수필집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아빠는 세 권의 책을 출판해서 수익금 전액을 이웃 돕기와 장학금 등으로 기부했습니다.
이번에 출판하는 수익금도 심장병 어린이 돕기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잘내미의 자선 공연도 겸해서 했습니다.
효지와 잘내미는 참석하는 손님들께 여러 가지의 마법을 보여주었습니다.
게다가 음료수 접대도 했습니다.
잘내미는 손님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특히 지난번의 뉴스 이후에는 잘내미가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참석자들이 인터넷으로 올린 이 내용은 전국으로 퍼졌고 아주 많은 댓글이 올라왔습니다.
드디어 청와대에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대통령은 비서진을 통해서 효지와 잘내미를 초청했습니다.
물론 엄마 아빠도 함께였습니다.
대통령은 효지와 잘내미에게 많은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도움을 주는 것을 매우 크게 칭찬했습니다.
효지에게는 독서를 많이 권하면서 도서상품권을 100장이나 선물했습니다.
효지는 지난 생일 때 엄마에게 5장을 받은 것이 제일 많았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100장이나 받았으니 최고로 기뻤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대통령은 아빠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효지와 잘내미를 미국으로 유학 보내면 어떨까요? 미국의 인디언 보호 구역에 마법을 가르치는 추장이 있다고 하던데요.”
“인디언 보호 구역에요?”
“네. 만약 그럴 생각이 있다면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해드리겠습니다. 앞으로 효지와 잘내미가 우리 사회를 위해서 유익한 일을 더 많이 하면 좋겠지요.”
그러나 옆에서 듣고 있던 효지는 고개를 흔들며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외국 유학을 가면 오랫동안 엄마 아빠와 헤어져야 하니까요.
아빠는 효지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조금 더 생각해 보겠다고 대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