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끝없는 탐욕
식당이 그렇게 활기를 되찾을 때, 최 노인의 탐욕은 또 꿈틀거렸습니다.
‘아니, 그게 또 어떻게 돌아왔지? 내가 풀숲에 버렸는데 누가 찾았을까? 설마 그놈이 제 발로 돌아왔을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이미 날린 돈에 자꾸 미련이 생겼습니다.
‘저걸 일본에 가서 팔아야 본전을 찾을 수 있어. 꼭 그래야만 된다고. 그런데 또 훔치려면 권 씨에게 돈을 줘야 하니까 고민이군. 그리고 돈을 더 주고 훔쳐 오더라도 또 먹통이면 어쩌지? 이거 정말 미치고 환장하겠구먼, 끙!’
최 노인은 새끼손가락으로 콧구멍을 후비면서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손가락을 딱 멈추었습니다.
새끼손가락을 콧구멍에 꽂은 채 깊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맞아! 그 방법이 있었구먼. 고 작은 계집애까지 훔쳐서 일본에 팔아버리면 되겠구나.
계집애가 귓속말하면 되니까 말이야.
인형 하나만 달랑 파는 것보다 돈도 더 많이 받겠지.
역시 나는 천재야. 흐흐흐’
최 노인은 콧구멍에 손가락이 꽂힌 것도 잊은 채 잔머리를 굴렸습니다.
다음날 새벽 5시 20분.
최 노인은 권병기에게 전화해서 월연정 숲으로 불러냈습니다.
새벽잠을 깨웠다고 짹짹거리는 새소리만 들리는 곳에서 최 노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여보시오, 권 씨. 내 이제 마지막으로 부탁하겠소.”
“뭡니까? 또 돈을 돌려달라는 말이라면 함부로 꺼내지도 마시고요.”
“아니, 그게 아니고… 이리 좀 가까이…….”
가까이 오라고 하면서 자기가 권병기에게 바짝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귓속말로 소곤소곤했습니다.
귀가 간지럽다고 몸을 배배 꼬던 권병기의 눈이 솔방울만큼 커졌습니다.
“뭐, 뭐, 뭐라고요?”
“쉿! 조용히 하시오. 누가 들으면 큰일이오.”
최 노인은 머리 위 소나무의 산새도 듣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낮추었습니다.
권병기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더듬거렸습니다.
“그러니까, 계집아이까지… 훔쳐서… 유괴해서… 납치해서…….”
“한 가지만 하시오.”
“네, 네. 그러니까… 그 애를 납치하라고요.”
“납치든 넙치든… 하여간 내 앞에 데려오시오.”
“그건 너무 큰 문제라서…….”
권병기는 정말로 겁먹은 표정이었습니다.
“돈을 더 많이 주겠소.”
“돈보다… 이건 그냥 절도가 아니라서 잡히면…….”
최 노인이 급하게, 그러나 낮은 목소리로 권병기의 말을 잘랐습니다.
“5억 원이면 하겠소?”
“헉! 5억 원이라고요?”
“목소리 낮추시오. 아마 그 정도 돈이면 당신 평생에 구경하기도 어려울 거요.”
권병기는 신나게 만세를 부르고 춤도 추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냉정함을 되찾아서 말했습니다.
“생각할 시간을 조금 주십시오. 이번 일은 워낙 위험하니까요.”
“좋아요. 오늘 저녁 8시에 내 사무실로 오시오.”
“알았습니다. 저녁에 만나서 대답하지요.”
“그런데 이 일은 절대 비밀을 지키시오. 만약 잘못되면 돈 놓치고 감옥에 가니까.”
“네, 그럼요. 조심해야지요.”
최 노인과 헤어진 권병기는 온종일 싱글벙글 웃었습니다.
‘흐흐, 5억 원이라고? 그까짓 꼬마 계집애 하나쯤은 잠깐 마취를 시키면 업고 나올 수 있지. 그리고 나무토막이야 간단히… 아니지, 혼자서는 조금 어렵겠네. 종호 녀석을 부를까? 그 녀석 요즘 빌빌 놀던데… 용돈이라도 조금 주면 되겠지…….’
행동력이 빠른 권병기는 감방에서 사귄 장종호라는 후배를 불러냈습니다.
“야, 종호야. 너 요즘 용돈 넉넉해?”
“아뇨, 형님. 용돈이 없어서 죽겠어요. 술값도 없고 정말 미치겠네요.”
“그래?……그럼 내가 용돈 좀 줄까?”
“형님이 돈을 준다고요?”
“왜, 싫어?”
“아, 아뇨. 그게 아니라… 형님도 돈이 없잖아요?”
“흠! 나 이번에 사업을 하나 시작했거든.”
권병기는 앉아 있는 의자가 밀릴 정도로 어깨를 젖히면서 말했습니다.
“사업이라뇨?”
“그게 뭐냐면, 남들이 잠든 밤중에 조용히 하는 일인데…….”
“밤중에, 조용히? 그럼 혹시…….”
“쉿! 목소리 낮춰!”
두 사람은 목소리를 완전히 낮추었습니다.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넌 조금만 거들어주면 돼.”
“어떤 일인데요?”
장종호는 갑자기 생기가 돌았습니다.
권병기는 대충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장종호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가만 보니 상당히 흥미를 느끼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래서 돈도 많이 줄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일을 네가 거들어주면 천만 원을 주마.”
“으엑! 천만 원이라고요?”
“왜, 싫어?”
“형님, 진짜 천만 원이라 했지요?”
“그렇다니까. 왜, 안 믿어져?”
“아니요. 믿습니다. 형님이 시키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무슨 일부터 할까요?”
“됐어. 오늘은 일이 없고… 준비되는 대로 연락할 테니까 기다려.”
“네, 형님. 잘 알았습니다. 연락만 주십시오.”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되니까 입조심하고.”
“그럼요, 형님. 당연하지요. 형님, 정말 존경합니다. 그리고 사업 성공을 빕니다.”
장종호는 입이 함지박처럼 커졌습니다.
그런데 이미 큰돈을 만져본 권병기로서는 천만 원 정도야 푼돈처럼 생각되었습니다.
“흐흐흐. 천만 원이면 종호 네놈 평생에 처음 만져볼 거야.”
권병기도 평생에 처음으로 큰소리 땅땅 치면서 돈 쓰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권병기는 다시 최 노인을 찾아가서 돈을 더 요구했습니다.
“어르신, 돈을 조금만 더 쓰십시오.”
이럴 때는‘영감’이라 하지 않고 또‘어르신’으로 부릅니다.
“돈을 더 쓰라니요?”
“솔직히 계집아이까지 업고 나오려면 그 집 식구들과 격투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저 혼자서는 어렵고 조수가 필요합니다.”
“조수까지 필요하다고?”
“네, 조수가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만약에 잡히면 특수절도라서 죄가 더 무거워집니다. 더구나 잡힐 경우에는 조수의 가족도 제가 책임져야 합니다.”
그런 식으로 분위기를 띄우며 1억 원을 더 요구했습니다.
최 노인은 돈이 좀 아까웠지만, 성공만 한다면 까짓 1억 원을 더 쓰는 정도는 권 씨에게 주는 팁이라고 통 크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일본에서 더 많이 받으면 되는 거야.’하고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풀렸습니다.
최 노인은 마누라 모르게 6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면서 중얼거렸습니다.
‘많이 투자하면 많이 벌어. 인생은 배팅을 잘해야 하는 거야, 배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