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두 번째 실종과 그 이후
아침에 효지가 또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엄마! 아빠! 잘내미 또 없어졌어. 어떡해? 엉엉!”
집이 또 발칵 뒤집혔습니다.
엄마는 효지를 끌어안고 달래기에 바빴고 아빠는 또 경찰서에 도난 신고를 했습니다.
잠시 후에 두 경찰관이 다시 왔습니다.
그들은 몇 가지 질문과 메모를 하더니 사진을 몇 장 찍어 갔습니다.
온종일 훌쩍이면서 어깨가 처져있던 효지의 눈빛이 갑자기 살아났습니다.
‘맞아! 지난번처럼 그렇게 해보자.’
효지는 얼른 스케치북의 잘내미 그림을 펼치고 말했습니다.
“잘내미야, 많이 보고 싶어. 지금 어디 있는지 누나 꿈에 나타나 줘.”
라고 간절한 마음으로 말했습니다.
그리고 ‘잘내미야, 부탁해’라는 귓속말과 이마뽀뽀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림 속의 잘내미가 싸악 웃었습니다.
효지는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들을 잘내미에게 이야기하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꿈속에서 잘내미가 효지를 불렀습니다.
“누나! 나 여기 있어. 그런데 여긴 너무 덥고 모기도 많아. 얼른 꺼내 줘.”
잘내미의 애절한 음성이 들렸습니다.
효지는 소리 나는 쪽으로 걸어가며 사방을 둘러보았습니다.
산과 둑의 사이로 흐르는 얕은 개울, 고풍스러운 한옥, 그리고 시멘트 다리 옆으로 ‘리더스 골프장’이라는 큰 간판과 몇 개의 식당 간판들이 보였습니다.
효지는 식당 간판 옆에서 잘내미를 찾았습니다.
효지는 꿈속에서도 기쁨에 겨워서 잘내미와 함께 막 달렸습니다.
그런데 잘내미가 너무 빨라서 따라가기 어려웠습니다.
“잘내미야, 그만 뛰어. 누나랑 같이 가자아!”
효지는 자꾸만 멀어지는 잘내미를 부르다가 잠이 깼습니다.
효지의 이마에는 구슬 같은 땀이 맺혀 있었습니다.
효지가 아빠를 깨운 것은 새벽이었습니다.
연신 하품을 하는 아빠의 팔을 잡고 꿈 이야기를 얼른 했습니다.
눈을 번쩍 뜬 아빠는 효지와 금진이를 차에 태우고 급히 출발했습니다.
아빠는 10분 만에 골프장 입구에서 차를 멈추었습니다.
차에서 내린 금진이가 여기저기 냄새를 맡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잡초가 우거진 쪽으로 재빠르게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컹컹 짖었습니다.
아빠가 뛰어가서 풀숲을 헤쳐 보니, 잘내미는 머리가 거꾸로 박힌 채 버려져 있었습니다.
효지는 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잘내미가 너무 불쌍해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금진이가 기분이 좋아서 계속 공중회전을 할 때, 아빠는 잘내미를 비닐에 쌌습니다.
효지가 잘내미를 안으려고 하니까 아빠는 손대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빠, 왜 그래요?”
“응, 이거 지문을 채취해야 하니까 지금은 만지면 안 돼.”
“지문을 채취하는 게 뭔데요?”
효지가 눈물을 닦으며 물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손가락에 지문이 있는데, 물건을 만지면 지문이 남거든. 그걸 경찰이 조사하면 범인을 잡을 수 있단다.”
효지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습니다.
“그럼 왜 저번에는 그 조사를 안 했어요?”
“아, 그때는 잘내미를 찾은 것만으로도 기뻐서 그 생각을 미처 못했지.”
효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금진이의 귀를 접으면서 머리를 만져주었습니다.
금진이는 기분이 좋아서 꼬리를 부채처럼 흔들었습니다.
아빠가 김동식 경장에게 전화했습니다.
“김 경장님, 잘내미 찾았어요.”
“아, 정말요? 어떻게 찾았어요?”
“네, 우리 효지와 금진이가 함께…….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하고요, 급히 물어볼 게 있어요.”
“뭡니까?”
“저… 지문 조사하면 범인을 잡을 수 있잖아요?”
“네, 맞습니다. 그러니까 그 인형을 함부로 만지지 말고 비닐로 싸 놓으세요. 제가 지금 우리 직원을 보내겠습니다.”
10분쯤 지나서 박 순경이 혼자 왔습니다.
그는 아빠랑 몇 마디 이야기하더니 지문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동안에 효지는 속이 탔습니다.
꼭 범인을 잡아서 벌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잠시 후에 박 순경은 실망스러운 말을 했습니다.
“사장님, 이거 지문이 하나도 없습니다.”
“없다고요? 왜요?”
“글쎄요. 범인이 장갑을 끼고 만졌거나, 수건으로 닦으면 지문이 없어지겠지요.”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아빠는 한숨을 쉬면서 아쉬워했지만, 엄마는 박 순경에게 수고하셨다며 커피를 대접했습니다.
커피를 마시던 박 순경이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사모님, 효지가 안 다쳐서 천만다행입니다. 하지만 앞으론 문단속을 잘하세요.”
“네, 알았어요. 조심할게요.”
“그리고 범인은 곧 잡힐 겁니다.”
“어떻게요?”
“나중에 아시게 됩니다. 하하하.”
박 순경은 여유 있게 웃으며 돌아갔습니다.
효지는 잘내미를 목욕시키고 옷도 세탁했습니다.
그리고 푹 쉬도록 눕혔습니다.
다음날부터 잘내미는 또 씩씩하게 생활했습니다.
바쁜 시간에는 서빙을 돕고, 좀 한가한 시간에는 마법 시연을 합니다.
하지만 그 시간에는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음식도 맛있고 잘내미의 마법 시연까지 소문이 나니까 식당에는 날이 갈수록 손님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손님이 많을 때는 주차장이 너무 복잡했습니다.
안쪽의 차가 먼저 나가려면 뒤에 있는 차가 비켜줘야 합니다.
식사하던 손님이 나오기도 번거롭고, 복잡한 공간에서 차의 위치를 바꾸기도 아주 어려웠습니다.
그럴 때 잘내미가 차의 뒤편에 서서 트렁크 쪽을 들어 올리면서 방향을 바꾸어버립니다.
승용차를 마치 손수레처럼 밀고 다닙니다.
이제는 잘내미가 하는 일이 무척 많아졌습니다.
홀서빙, 설거지, 청소, 주차장 정리, 양파와 호박 썰기, 부모님 안마까지는 기본입니다.
굴렁쇠 굴리기, 훌라후프 돌리기, 텀블링, 태권도 동작, 춤추기, 줄타기 등은 요일별로 나누어서 해야 합니다.
아빠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제2의 잘내미를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여자 인형인데 무척 순하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효지는 ‘순내미’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엄마에게 부탁해서 예쁜 치마도 만들어 입히고 동백기름으로 마무리 화장도 했습니다.
그러나 순내미는 잘내미처럼 마법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귓속말과 이마뽀뽀로 부탁했지만 웃는 것조차 안 되었습니다.
효지는 순내미를 그냥 책상 위에 얹어 두면서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잘내미랑 결혼시킬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