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드디어 집으로
효지는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졸렸습니다.
긴장이 풀리고 피로가 몰렸으니까요.
효지는 잘내미를 꼭 안고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오빠가 무릎 담요를 덮어주었습니다.
꿈을 꾸었습니다.
들꽃이 많이 피었고 나무가 싱싱한 월연정 숲입니다.
벌과 나비들도 무척 많이 날아다녔습니다.
효지네 가족이 모두 소풍을 나온 것입니다.
엄마가 만든 김초밥과 과일도 먹었습니다.
효지와 잘내미는 춤을 추고 금진이는 공중회전을 했습니다.
금진이는 효지와 오빠가 던지는 부메랑도 물어 왔습니다.
즐겁게 노래 부르며 놀고 있는데 오빠가 깨웠습니다.
“효지야, 이제 그만 일어 나.”
“어? 오빠. 금진이는?”
“얘가 무슨 소리야? 너, 꿈꾸었지?”
“아……, 그게 꿈이었네.”
효지는 아쉬운 듯 입맛을 쩍 다셨습니다.
“효지야, 점심은 뭐 먹을래? 비빔밥? 라면?”
“오빠, 나 두 가지 다 먹고 싶은데…….”
“그래? 그럼 비빔밥과 라면을 하나씩 시켜서 나눠 먹지, 뭐.”
비록 기내식이지만 비빔밥과 라면과 김치를 먹으니 참 좋았습니다.
오빠가 불쑥 말했습니다.
“효지야, 우리끼리 먹으니까 잘내미에게 좀 미안하다, 그지?”
“응, 오빠. 하지만 잘내미에겐 다른 거 주면 돼.”
“뭘 주지?”
“이거, 헤헤헤!”
효지는 잘내미에게 이마뽀뽀를 해줬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영화도 보고 컴퓨터 게임도 하고 음악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책도 읽었습니다.
효지는 전에 대통령으로부터 도서상품권을 100장이나 받았기 때문에 책을 많이 샀습니다.
그래도 아직 상품권이 64장이나 남아 있어서 큰 부자인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있는데 승무원 언니들이 효지를 알아보고 와서 사인해 달라고 했습니다.
효지는 오빠에게 사인하는 방법을 물어보고 이렇게 썼습니다.
<예쁜 언니, 모든 사람을 사랑해 주세요. 구효지^^>
마침 그때 비행기 안의 TV에서 뉴스 속보가 나왔습니다.
아까 공항에서 있었던 그 사건에 대한 보도였습니다.
방금 사인을 받은 그 언니가 마이크를 잡고 안내를 했습니다.
자랑스럽고 힘찬 목소리였습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지금 TV에 속보로 나오고 있는 효지 양과 잘내미가 이 비행기에 타고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 박수로 환영해 주세요!”
사람들이 ‘어디? 어디?’ 하면서 목을 빼고 두리번거렸습니다.
승무원이 오빠에게 부탁하자 오빠는 효지를 번쩍 안아서 자신의 오른쪽 어깨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잘내미를 왼쪽 어깨에 올렸습니다.
사람들은 힘차게 손뼉을 쳤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이 효지와 잘내미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었습니다.
효지와 잘내미는 이제 국제적으로 유명한 뉴스메이커가 된 것입니다.
비행기에서도 사람들의 요청에 따라서 몇 가지의 마법을 보여주었습니다.
역동적인 텀블링, 춤추기, 음료수 나르기 등의 마법립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한 번 해보겠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방법을 가르쳐주어도 효지 아닌 다른 사람이 하면 절대 되지 않았습니다.
어느 일본인 남자가 묻고 승무원 언니가 통역했습니다.
“이 인형이 총알을 되돌려 보낸다고 하던데 그게 정말인가요?”
효지가 웃으며 되물었습니다.
“설마 TV 뉴스에서 거짓말을 하겠어요?”
“확인시켜 줄 수 있어요?”
미심쩍어하는 그의 말에 오빠가 나섰습니다.
“선생님, 기내에는 총이 없어서 확인할 수 없습니다. 혹시 총이 있다고 해도 안 합니다. 왜냐면 총 쏜 사람이 총알을 맞고 죽거든요.”
“그게 정말입니까? 만약 그렇다면…….”
그는 계속 의심스러운 눈빛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빠가 싱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꼭 의심이 생긴다면 비슷한 경험을 시켜드리겠습니다.”
“어떻게요?”
“선생님께서 우리 잘내미에게 꿀밤을 한 대 쥐어박으세요.”
“꿀밤을요?”
“네. 가능한 세게 쥐어박으세요.”
“어디 보자. … 얍!”
“퍽!”
“어이쿠!”
일본인 남자는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고 불쌍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꿀밤을 먹이는 순간 주먹이 휙 돌아서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거든요.
“와하하……!”
사람들은 배를 잡고 웃거나 사진을 찍었습니다.
효지는 자리에 앉아서 비행기 창밖으로 구름바다를 보았습니다.
솜이불 같은 구름 위로 비행기가 날아갈 땐 정지된 것처럼 깊은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산이나 바다가 보이는 풍경보다 구름을 보니까 정말 안온한 느낌이었습니다.
갑자기 엄마와 아빠가 더 그리웠습니다.
언니들과 형부, 금진이까지 너무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잘내미와 금진이를 데리고 월연정으로 산책하러 갔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의 얼굴도 눈앞에 어른거렸습니다.
효지는 눈물이 약간 젖은 눈으로 오빠에게 말했습니다.
“오빠, 난 이제 절대 외국에 안 갈 거야. 절대로!”
“하하, 우리 효지가 향수병에 단단히 걸렸네.”
“향수병이 뭔데, 오빠?”
“음… 그건 말이야, 집에 돌아가고 싶어 하는 병이야.”
“그런 병도 있어?”
“그럼! 지금 효지가 그 병을 심하게 앓고 있잖아?”
“어쨌든… 이제 외국에는 가기 싫어!"
비행기가 인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공항에는 방송국과 신문사의 기자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도 나와 있었습니다.
언니들과 형부는 작은 현수막을 들고 있었습니다.
<우리 효지와 잘내미의 귀향을 환영해! 가족 일동>
이라고 손글씨로 쓴 예쁜 현수막입니다.
효지는 엄마에게 안겨서 엉엉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효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달래던 엄마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빠와 언니들과 형부도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가족이란 헤어졌다가 만나면 이렇게 반가운 것입니다.
막내의 귀향을 맞이하는 공항에는 반가움과 사랑의 감동이 일렁거렸습니다.
잠시 후 공항 직원들이 와서 효지를 기자회견장으로 안내했습니다.
아까 비행기에서 오빠가 써준 인사말을 효지가 또박또박 읽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와 제 동생 잘내미를 따뜻하게 환영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가족들과 상의하여 가치 있는 생활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대통령님의 격려와 성원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여러분.”
이어서 각 방송국 기자들의 질문이 경쟁적으로 쏟아졌습니다.
미국에서의 훈련과 활동에 대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네 명의 질문에만 간단히 대답하고 나서 아빠가 회견을 멈추게 했습니다.
“기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지금은 우리 효지가 너무 피곤하니까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 기회에 말씀 나누시면 좋겠습니다. 양해를 부탁합니다.”
기자회견을 막 마치고 휴게실로 자리를 옮기니까 아빠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대통령이 효지를 좀 바꿔달라고 했습니다.
“여보세요, 효지 양?”
“네, 대통령님. 저 효지에요.”
“그래, 고생 많았지?”
“아뇨. 재미있었어요. 근데 있죠, 집에 오고 싶어서 혼났어요.”
“그럴 거야. 어른들도 그런데 효지는 아직 어려서 더 할 거야. 이제 집에 가서 푹 쉬고 며칠 후에 대통령실에 한 번 와요. 내가 직접 맛있는 거 만들어줄게.”
“네, 고맙습니다, 대통령님.”
“내가 다시 연락할 테니 그동안 잘 쉬어요. 안녕~
효지는 집에 도착해서 샤워한 후에 엄마가 끓여주는 청국장과 갓 버무린 생김치를 먹었습니다.
엄마 밥을 먹으면서 눈물이 똑똑 흘렀습니다.
효지는 비행기와 기차에서 많이 잤기 때문에 잠이 별로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경험했던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줄곧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있었습니다.
효지의 기억으로 오늘만큼 엄마의 손을 오래 잡고 있었던 날은 없었습니다.
다음날, 학교에 가니까 또 환영 행사가 열렸습니다.
담임선생님과 교장실에 가서 과일과 케이크도 먹었습니다.
효지의 짝꿍인 민수도 싱글벙글하였습니다.
개학하고 며칠 동안은 효지가 없어서 혼자 앉아 있었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유명한 효지가 짝꿍이니까 어깨가 으쓱해지는 겁니다.
*(1부 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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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부로 가는 징검다리 *
***또 다른 꿈의 준비
식당에는 여전히 손님이 많았으며 효지와 잘내미의 역할은 눈부실 정도였습니다.
청소와 설거지, 파와 호박과 양파 썰기, 엄마에게 안마해 주기, 아빠 작업실 청소, 주차장 정리 등은 기본이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업그레이드된 스물네 가지의 마법을 요일별로 번갈아가며 시연했습니다.
그렇게 재미있고 보람찬 나날이 계속되면서 효지는 행복과 안정감을 듬뿍 느꼈습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대통령실의 비서관이 찾아왔습니다.
대통령이 손글씨로 직접 쓴 초대장을 가지고 말입니다.
이번 토요일 오후에 대통령실로 오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효지는 이번에는 큰언니랑 잘내미와 함께 대통령실로 갔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떡볶이를 만들었다며 내놓았습니다.
“효지 양, 한 번 먹어봐요. 내가 솜씨는 별로 없지만, 정성껏 만들었으니까 많이 먹어요. 큰언니도요.”
“네.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런데 효지가 한 개를 먹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우와! 정말 맛있어요. 대박 떡볶이네요.”
큰언니도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감탄했습니다.
“진짜… 이런 맛은 진짜 처음이에요.”
대통령이 대답했습니다.
“설탕 대신에 복숭아 효소를 썼어요. 무엇보다도 좋은 마음과 정성을 담으면 음식 맛이 달라져요. 음식만 그런 게 아니고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이 다 그래요. 좋은 마음과 정성이 가장 중요하지요.”
떡볶이를 맛있게 먹고 수정과를 마실 때 대통령이 말했습니다.
“효지 양, 사실은 내가 부탁이 있어요.”
“부탁…이라뇨?”
“효지 양이 미국에서 돌아올 때 영국의 교민회장이 나에게 전화를 했어요.”
“왜요?”
큰언니가 물었습니다.
“효지 양과 잘내미가 그곳에 와서 교포 위문공연을 해주면 좋겠다고 했어요. 물론 항공료, 호텔비 등을 자기들이 다 부담하고 또 효지 양에게 장학금도 주고…….”
“대통령님, 전 외국에 가기 싫어요. 엄마 아빠랑 살고 싶어요.”
효지는 분명하게 자기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처럼 두 달 동안이 아니고 1주일만…….”
“그래도 싫어요. 전 이제 엄마 아빠가 없는 곳에는 안 가겠어요.”
효지는 울먹울먹 했습니다.
“그래. 그럼 다음에 또 이야기하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요.”
애들이란 저렇게 솔직하구나 싶어서 대통령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효지는 대통령에게 어깨 안마를 해드리겠다고 했습니다.
텔레파시로 부탁했더니 잘내미가 싹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잘내미가 안마를 하는 동안에 대통령은 눈을 지그시 감고 나지막하게 말했습니다.
“어이, 시원하다. …… 거, 참! 신기하네.”
효지와 큰언니가 대통령실에서 나올 때 운전하던 경호원이 말했습니다.
“효지 양, 잘내미를 경호원으로 쓰니까 든든하고 좋지?”
“든든하기는 해도 경호원은 아니에요.”
“그럼 뭐지?”
“제 동생이에요.”
짧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동생? 하하하. 그럼 아빠께 부탁해서 잘내미 동생도 하나 만들자고 하지.”
“잘내미 동생은 집에 있어요. 순내미라고 해요.”
“순내미?”
“네. 순내미요. 다음에 소개해 드릴게요.”
그리고 이번에는 큰언니에게 물었습니다.
“언니야, 꿈을 잊지 않고 노력하면 꼭 이룰 수 있다던데, 그거 정말이야?”
"그러엄! 다 이룰 수 있지. 근데 그런 걸 네가 어떻게 알았어?”
“으응. 책에서 읽었어. 꿈을 오래 생각하면 그 꿈과 닮아간다고 했어.”
효지는 와당카 추장에게 잘내미랑 순내미를 함께 데려가서 훈련받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막 뛰었습니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햇빛이 더 부드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