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하고 매끈한 자동차 표면이 빛을 낸다.
그 빛은 내가 태양이랑 같은 각도로 한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증거다.
그 빛은 한 곳에 가만히 머물지 않고, 자동차의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으로 이동한다.
마치 복합기가 리포트를 스캔하듯이 작은 오탈자 하나 놓치지 않고 막힘없이 읽어 낸다.
가만히 앉아 차가 향하는 반대편으로 움직이는 점을 보고 있으면 자동차의 몸매가 어떤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떤 스타일인지 보다 어떤 운율을 가졌는지에 대한 정보다.
도쿄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갈 때 창밖을 구경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왠지 도쿄의 자동차는 유난히 반짝거리는 것처럼 느껴진건 첫 일본 여행에 설레는 내 마음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느낌뿐 아니라 실제로 일본 자동차는 국산 차량에 비해 은색 파츠가 더 많았다.
나의 살랑이는 기분보다는 조금 더 객관적인 사실을 알기 위해 GPT에 물어봤다.
요즘 GPT를 즐겨 쓰는데 진짜 똑똑하다.
GPT랑 친해지면 앞으로도 공부를 안 할 핑계만 늘어날 것 같아 걱정이지만 당장은 재밌다.
GPT가 알기로는 도쿄의 차량이 유난히 반짝이는 이유가 5가지 정도 있다고 했는데 1번째로는 엄격한 차량 검사를 꼽았다.
정기적으로 받는 차량 검사에 기능적인 부분만 아니라 청결도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바쁘디바쁜 도시 생활 와중에 자동차 청소까지 열심히 해야 한다니 아이고 고생이다 싶지만, 2번째 이유가 고생의 강요성을 한술 더해준다. 공공장소와 개인 물건의 청결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규범이다.
2번을 보면 청결한 상태를 안 지키는 게 스스로 더 스트레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3번째 이유는 세차 서비스의 보편화이다. 그 때문에 차량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것이 비교적 간편합니다. 라고 하는 데, 그건 직접 보지 못해 잘 모르겠다.
4번째는 주차 공간이다. 도쿄는 실내 주차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부의 먼지로부터 차량이 안전하고
5번째 이유는 온화하고 먼지가 발생하지 않는 기후로 인해 차량이 더러워질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애초에 청소를 맡길 일도 실내에 둘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 정도로 깔끔해지려고 애쓰는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청소를 즐기는 것인가? 하면 로봇청소기가 한국 못지않게 잘 팔린다고 하니 역시 귀찮은 것은 귀찮은 것이다.
하지만 그런 도시를 여행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도시 구성원들이 매일의 삶으로 깔끔하고 잘 굴러가는 도시를 만들어 놓으면 여행객들이 소비하고 자기들은 또 일하고 청소하고. 왠지 돈을 떠나 미안한 마음도 든다.
이렇게 방구석에서 GPT랑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일본인이 이렇니 저렇니 상상하게 된다.
잠깐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방바닥을 쓸었다.
이렇게 물 없이 빗자루로만 청소해도 한결 깔끔해졌다.
사막과 같이 물이 귀한 나라에서는 이렇게 세차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GPT가 말하길 사막 지역은 세정제와 마이크로파이퍼 천을 이용해 무수(无水)세차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뭔가를 깨끗하게 만드는 데는 물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물을 최대한 아낄 수 있는 저녁 시간대의 자동 세차가 인기라고 한다.
스스로 세차를 하면 물 효율이 떨어지고 낮에 하면 물증발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깔끔하게 세차를 하면 얼마나 오래 반짝이는 차에 기분이 좋을 수 있을까, 1시간?
만약 사막 지역에 여행을 갔으면 반짝이는 차량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