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나는 AI와 매일 싸우고 있었다
AI와의 첫 만남은 설렜다.
서른 번 넘게 떨어지고 지친 내게, ChatGPT는 마치 빛처럼 보였다.
“이제는 진짜 끝난다. 이력서, 이제 AI가 다 고쳐주겠지.”
처음엔 그랬다. AI가 피드백을 주면 무작정 이력서에 옮겨 넣었다. 정량적 데이터, 비즈니스 임팩트, 핵심 키워드… 말은 참 쉬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이상했다.
AI가 답을 줄수록 나는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졌다.
“SNS 팔로워 증가율 200% 성장이라는 표현을 추가하세요.”
“이거 이미 썼는데?”
나는 조금씩 초조해졌다. AI가 놓친 건 없나 다시 물어보고, AI가 답하면 또 의심했다.
점점 더 깊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매일 하루 1시간, 아니 두 시간 넘게 AI와 씨름했다.
수십 번씩 문장을 고쳤지만, 또 떨어졌다.
메일함에는 어김없이 ‘불합격’이 쌓였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심장이 내려앉는 걸 느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AI가 틀린 걸까, 내가 틀린 걸까.
잠이 오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수많은 질문들이 머리를 때렸다.
“나는 정말 아무 쓸모 없는 사람일까? 이 경력은 물경력인 걸까?”
어느 날 밤엔 충동적으로 직업학교를 검색했다. 방수공사 기술자 양성 과정에 문의까지 넣었다.
“이 기술을 배우면 취업은 되겠지?”
하지만 문의를 보내고 화면을 바라보는 나 자신이 너무 낯설었다.
10년 넘게 쌓은 경력을 이렇게 허망하게 던져버릴 수 있나.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며칠 뒤 정신을 차리고 다시 AI를 열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AI가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드는 이유는 AI가 잘못됐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정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걸.
회사의 BM을 분석하고,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수없이 추정하고, 내가 가진 강점과 연결하려 애썼지만, 결국 모든 가정이 맞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이력서를 다시 고치고 또 고쳐도, 탈락 메일은 내 자존감을 조금씩 갉아먹었다.
AI는 결코 완벽한 답을 주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줄 수 없었다.
답을 찾는 건 나였기 때문이다.
AI는 답을 주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스스로 고민하게 만드는 존재였다.
나는 결국 AI와의 끝없는 논쟁과 고민 속에서,
내가 왜 이렇게 불안한지, 왜 이렇게 흔들리는지를 깨달았다.
나는 지금까지 마케팅과 사업기획 사이에서 헤매고 있었던 거야.
멀티플레이어라는 막연한 장점이 결국 독이 됐던 거다.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나를 제대로 정의하지 못하면, 계속 이 자리에서 맴돌 것이다.
결국 AI와의 씨름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나는 이제 질문을 던져야 했다.
“그래서, 나는 마케터인가? 전략가인가?”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