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pleS '깨어' MV: 깨어 나기 위한 대가

by 고 란

'24년 발매된 <Girls Never Die>, 소녀(girls)들은 연대한다. 그렇다면 '25년 <깨어(Are You Alive)>에서는?이어지는 이야기라면 당연히 이전 작보다는 고도화된 무언가를 보여 줘야 한다. 그런데 이번 뮤비에서 이 지점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어딘가 기묘하다.


뮤비는 집 안보다 밖에서 더 빛나는 아이들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이어 화면에 등장하는 민들레 홀씨. 이후 이야기는 민들레 홀씨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아이들은 민들레 홀씨를 붙잡으려 하거나 그것으로 불꽃놀이를 하기도 한다. 모두 희망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다. 여기까지는 이상할 것 하나 없다.


하지만 전개 중간에 등장하는 캠프파이어 신은 어딘가 거슬린다. 심지어는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커다란 불꽃 하나를 중심으로 아이들은 춤을 춘다. 단순 캠프파이어라기에는 누가 보더라도 '의식'에 가깝다. 의식이라는 개념이 필연적으로 '제의 의식'을 뜻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불길을 일으킬 만한 요인은 라이터로불 붙였던 민들레뿐이기에 이 의식은 틀림 없는 제의 의식이다. 민들레는 아이들의 희망 또는 아이들 그 자체와 동일시되니까.


제의 의식의 본질은 어떤 것의 해소를 기원하는 데에 있다. 여태까지의 트리플에스 서사대로라면 그 기원은 당연히 이뤄져야 한다. 이 말의 뜻은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면 제의 의식을 거쳐야만 기원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결국 캠프파이어 신은 누군가가 희생되고 나서야 지금 겪고 있는 한계가 해소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 구조를 함축한다. 이때 한계란 가정폭력으로 해석되는 뮤비의 표면적 한계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청춘과 현실의 괴리, 10대의 현실적인 고통과 어려움 등 포괄적인 개념으로 해석 가능하다. 어쨌든 연대하기 위해 깨어나는 과정에서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피터팬적이지 않은 사고다. 이 점이 묘하다는 거다.


마침내 계몽된 아이들은 민들레를 밀봉한다. 희생의 기억을 봉인한다는 것은 무엇 때문에 희생이 있었는지, 그 희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영원히 기억할 것을 뜻한다. 슬픈 역사도 역사라는 말이 있듯이 말이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서는 이를 (꺼내?) 먹어버린다. 이 장면이 뜻하는 바는 너무나 강력하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 그 이상, 각성의 의지를 표출하는 것이다. 트리플에스가 <깨어(Are You Alive)>에서 보여줘야 할 '고도화된 무언가'는 이 장면에서 드러난다.


그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아이들의 희생이 필연적'이라는 것이 너무나 명확해진다.

성장 서사 측면에서는 성공적이지만 굳이 적나라하게 희생의 불가피함을 표현했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한 번 해석하고 나면 너무나 불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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