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던 것, 목표했던 것을 향해 달린다.
숨이 차면 가끔 무거운 다리를 끌며 천천히 걷다가
호흡이 돌아오면 다시 뛰어본다.
해가 반짝이고 비나 눈이 내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부지런히 움직여본다.
오래도록 다져온 습관인지라 시간이 되면 다리가 저절로 움직인다.
팔은 저절로 뛰기 좋게 가볍게 주먹을 쥐고 올려져 있다.
자동으로 움직여지는 팔다리와는 다르게
이 내몸에 달린 감정을 느끼는 녀석은
목표한 지점이 가까워지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가득하다.
가도 가도 줄어들지 않는 그런 거리감이 든다.
혹, 내가 잘못된 방향을 설정한 것은 아닐까?
출발선에 서서 나는 끝지점까지
연필로 선을 하나 그어보았다.
이 길로 가기만 한다면
결국은 끝을 만나겠구나 상상했다.
그 상상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었다.
시작만으로도 이미 절반 이상을 가진 느낌이었다.
내가 연필로 그어낸 직선은,
이제 희미해졌다.
누군가 지우개로 지워놓았을까,
아니면 출발선에서 간절했던 마음이 희미해진 것일까.
5도만 어긋나도 결국 결승선으로 도달하지 못하게 된다.
억울하고 슬픈 생각이 든다.
느리게 가더라도.
아주 천천히 가더라도.
방향만 정확히 자로 잰 듯 정확하다면
내 느린 걸음으로도 언젠가는 그곳에 다다를 텐데.
누구도 나를 몰아내지 않았지만
혼자서 조급하고 혼자서 아파한다.
내가 홀로 가고 있는 이 모습을 누구도 보지 않았으면 좋겠고
또 내가 혼자인 모습을 누군가가 좀 알아봐 주었으면 좋겠다.
부지런히 두 발을 노 젓듯 저으면 무언가 이뤄낼 줄 알았다.
'열심히'라는 말은 '다 될 거야'라는 말로 바꾸어 들렸다.
하지만 이제는 '열심히'라는 것으로는 이뤄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열심히'라는 무기 밖에 장착하지 못한 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그럼에도 또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열심히 한다.
성실함이라는 껍데기로 불안함을 가만히 덮어보았다.
그게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내 가슴 밀도는 단단하지 못했나 보다.
자갈투성이 길을 예상했다.
밟히는 자갈에 내 발은 이미 익숙해져있다.
그런데, 내 마음은
실바람에도 머리를 흔들대는 갈대처럼
꼿꼿하지 못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마법의 주문을 외운다.
혹시라도 내가 그 끝에 다다른다면
혹시라도 그날이 온다면,
가슴으로 울며 스스로 생채기를 냈던 날카로운 바늘을
다시 꺼내어 피가 날 만큼 주먹으로 꼭 쥐어 위로해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