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종로였던 것 같다

by 서율빈

꿈이었는데, 어디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넓은 거리였고, 한쪽에는 오래된 동상이 서 있었고, 의자가 몇 개 놓여 있었다. 우리는 거기 앉아 있었다.

왜 거기 앉아 있었는지는 아무도 설명하지 않았다. 그냥 앉아 있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다가 시작됐다.

“근데 여기 좀 이상하지 않아.”
“뭐가?”
“이 시간에 이렇게 밝은 거리 별로 없잖아.”
“그러네.”

누가 동상을 보더니 말했다.

“저 사람 계속 우리 보는 것 같지 않아?”
“원래 동상은 다 보지.”
“그래도 약간 듣고 있는 느낌인데.”

잠깐 웃음이 났다. 버스 한 대가 지나갔고, 가로수 그림자가 우리 발등까지 내려왔다.

누가 말했다.

“근데 말이야, 여기 앉아 있으면 시간이 여러 개 겹쳐 있는 느낌이야.”
“어떤 시간?”
“옛날도 있고, 지금도 있고, 아직 안 온 시간도.”

나는 그 말을 듣다가 주위를 한 번 둘러봤다. 어쩐지 여기, 종로였던 것 같기도 했다.

그때 어디선가 종이 울렸다.

텅, 텅.

“어, 종 울린다.”
“우리 때문에 울린 건 아니겠지?”
“설마.”
“근데 타이밍이 좀 묘하지 않냐.”

잠깐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더 이상한 거 하나 있다.”
“뭔데?”
“우리 말하는 거, 누가 계속 듣고 있는 느낌 안 나?”
“여기 원래 사람 많은 데잖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기록 같은 거.”

잠깐 조용했다. 그러다 누가 웃었다.

“뭐야, 그럼 이거 다 남는 거야?”
“글쎄. 어딘가에는 남겠지.”

우리는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별 얘기 아닌 것들. 사람 얘기, 옛날 얘기.

그러다 보니 우리가 앉아 있던 그 거리는 옛날이랑 지금이랑, 아직 오지 않은 밤 같은 것들이 뒤섞여 있었고,

우리는 그 사이에서


한참 더 떠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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