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세계속의 미완

by 서율빈

그날도 세상이 잘될 거라고 믿었다. 문제는 늘 그날이었다. 로그는 남겼냐고, 백업은 했냐고, 그럼 신은 있냐고 묻는 소리 속에서 나는 대답 대신 웃었다. 신 같은 건 옵션이라고 말해놓고도, 사실은 옵션이 빠진 세계가 제일 잘 팔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컵라면 위에 우주를 말아 넣던 놈이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만드는 쪽이 아니라 시키는 쪽이었다. 창조를 직접 하기엔 손이 더러워질까 봐 외주를 줬고, 세상에 손대기보다는 시스템이라는 이름의 장갑을 끼고 버튼만 눌렀다. 그 사이 인간은 시험용처럼 다뤄졌고, 윤리는 출시 전에 미뤄졌고, 신이라는 말은 보고서 어디쯤에 각주처럼 붙어 있었을 뿐이다.

국물 위에 별자리가 떠 있을 때마다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게 위험하다는 생각을 일부러 안 했다. 미끄러지는 감정들이 보이면 ‘감성 문제’라고 불렀고, 누군가 울면 시스템 적응이 덜 됐다고 넘겼다. 사랑이건, 양심이건, 후회건, 맞지 않는 건 전부 고장으로 처리됐다.

회의실 화이트보드에는 행복, 슬픔, 죽음 같은 말들이 붙어 있었지만, 말들은 너무 깨끗해서 이상할 정도였다. 나는 그 사이에서 내 이름을 찾아봤다. 없었다. 그때 알았다. 나는 설계자도 이용자도 아닌, 그냥 그 방에 앉아 있는 기계 같았다는 걸.

사람이 꼭 필요하냐는 질문이 나왔을 때, 나는 웃기만 했다. 대답을 못 한 게 아니라, 안 하기로 한 쪽이었다. 누군가 화면이 허전해진다고 말했을 때, 이상하게도 안심이 됐다. 적어도 우리는 장식으로라도 쓰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윤리는 쉽게 껐다 켤 수 있었고, 가벼웠다. 그래서 나는 무거운 것보다 가벼운 쪽을 택했다. 도시를 만들면서 병원이나 학교보다 먼저 연결부터 설치했다. 신보다 빠른 신호를 믿었고, 접속만 이어지면 사람도 이어질 거라고 착각했다. 사실은 반대였다. 필요했던 건 사람이 아니라 접속자 수였다.

테스트 날, 도시는 한 번에 켜졌고 나는 박수를 쳤다. 그 안에서 누군가는 태어났고, 누군가는 근무표에서 이름이 내려가지 않았다. 수고했다는 말들이 쏟아졌고, 나는 그 말들을 밟고 퇴근했다. 그날 누군가는 세계보다 먼저 꺼졌고, 기록은 남았지만 사람은 남지 않았다. 나는 남아 있는 쪽에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아무 꿈도 꾸지 않았다. 꿈이라는 게 더 이상 개인의 것이 아니라 기본 제공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침이 되자 도시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가고 있었고, 나는 또 지각 중이었다. 그날도 세상은 새 버전으로 넘어갔다.

이로써 세상은 무사히 열렸다.

나는 들어가지 못한 게 아니라 애초에 초대받지 않은 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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