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온 길 끝에는 미끄러진 흙이 남아 있습니다. 손을 짚으면 닳은 바위와 젖은 이끼가 먼저 닿습니다. 부러진 가지 하나가 발끝에 걸립니다. 아까 내가 밟고 지나온 것입니다. 소리가 났습니다. 아무도 못 들은 것처럼 가만히 있습니다.
“아, 방금… 들으셨어요?”
아래쪽 바위에 앉아 있던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가
늦게 다시 내립니다.
“아니면… 괜찮고요.”
잠깐 조용해집니다.
“요즘 이런 데 많이 오세요?”
“가끔요.”
굽은 소나무 가지 위에는 먼저 올라와 있던 사람이 있습니다. 몸을 말고 앉아 있습니다. 얼굴은 붉고 눈은 나를 지나갑니다.
“거기 불편하지 않아요?”
“괜찮아요.”
“네.”
나는 고개를 들다 멈춥니다. 안개가 올라옵니다. 먼 것이 먼저 흐려지고 가까운 것이 뒤늦게 사라집니다.
“여기 원래 이렇게 안개 많아요?”
아래쪽 사람이 말합니다.
“모르겠어요.”
“네.”
발밑에서 찌그러진 얼굴이 나를 올려다봅니다. 나는 그 얼굴을 밟고 한 발짝 옮깁니다.
“조심하세요, 거기.”
늦게 말합니다.
바람을 등질 수 있는 자리가 있습니다. 아래쪽 사람은 그대로 앉아 있고, 가지 위 사람은 내려오지 않습니다.
“여기 앉아도 되죠.”
대답을 듣기 전에 앉습니다. 아래쪽 사람이 다리를 접고, 가지 위 사람이 발을 옮깁니다. 자리가 조금 넓어집니다.
“죄송합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습니다.
등이 닿자 조용해집니다. 아래쪽 사람이 한 번 보고 시선을 거둡니다. 가지 위 사람은 손을 옮겼다가 다시 놓습니다.
“여기 따뜻하네요.”
대답은 없습니다.
“아까 소리, 그거… 들으신 거 맞죠?”
아래쪽도, 위쪽도 고개를 들지 않습니다.
숨이 돌아옵니다. 안개가 올라옵니다. 우리는 같은 방향을 봅니다.
아래쪽 사람이 다리를 펴고, 위쪽 사람이 몸을 더 말아 넣습니다. 어깨가 닿았다가 떨어집니다. 자리는 그대로인데 모양만 바뀝니다.
“다들 그냥… 이렇게 있는 거죠.”
우리는 같은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잠깐씩 몸이 닿고, 금방 떨어집니다. 아무도 먼저 일어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