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좀 늦게 오네, 오늘은.
저기 고양이 등에 먼저 닿고
그 다음에 바닥으로 번지는 거 보이지.
난간은 그대로고,
바람도 별일 없는 얼굴로
왔다가 그냥 가고.
쟤 방금 고개 들었다가
다시 저렇게 눈 좁히는 거 봐.
뭔가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나도 따라봤거든,
쟤가 보던 쪽을.
근데 아무것도 없더라.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다시 보진 않았어.
지금 저거, 앞발로 얼굴 가리는 거.
잠깐 멈춘 것 같지.
근데 그냥 이어지는 거야.
몸을 저렇게 기울이는 쪽으로.
햇빛은 더 따뜻해지는데
쟤 움직임은 더 느려지고,
나도 계속 여기 서 있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어.
여기 왜 왔는지 같은 건
생각 안 해도 될 것처럼
조금씩 뒤로 밀리고,
별거 아니었을 텐데
지금은 잘 안 떠오른다.
쟤는 이미 다 끝낸 표정이야.
하루 같은 거.
나는 아직 서 있는데
쟤는 벌써 누워버렸네.
이쯤이면 나도 어디 앉아야 할 것 같은데
그냥 그대로 두고 있어.
…아까 집에 갔을 때
문이 하나
제대로 닫히지 않더라.
밀어도 조금씩 다시 열리고,
그 틈으로
바람이 계속 들어오고.
이상하게
그게 더 조용하더라.
저기 봐, 그림자 길어지는 거.
솔잎은 그대로 있고.
아무것도 안 바뀐 것 같은데
시간만 조금씩 밀리는 느낌이야.
방금 전이
조금 멀어진 것 같아.
쟤는 그대로인데
나는 아직 여기 서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