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빵을 고르기보다 진열대 앞에 서 있는 시간이 더 길다.
빵집에 들어가면 진열대 앞에서 잠깐 멈추게 된다. 뭘 고르려고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빵들이 어떻게 놓여 있는지 잠깐 보게 된다. 나무 진열대 위 금속 트레이에 빵들이 투명한 봉투에 담겨 가지런히 서 있다. 봉투 입구는 작은 철사로 묶여 있고 가운데에는 가게 이름이 흰 글씨로 찍혀 있다. 가격표는 작은 클립에 끼워져 있어 가까이 들여다보게 된다.
투명한 봉투 안에서 빵들은 서로 조금씩 떨어져 서 있다. 비닐은 얇은데 이상하게도 안쪽을 잘 지켜주는 느낌이 있다.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따뜻한 조명이 조금 흔들리고 버터 색이 잠깐 더 밝아졌다가 다시 가라앉는다. 크루아상은 겹겹이 말려 있고 초콜릿이 박힌 빵에는 어두운 점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나는 가격표를 읽는 척하면서 유리 진열대에 내 얼굴이 어디쯤 비치는지 슬쩍 본다. 너무 또렷하게 보이면 괜히 민망할 것 같아서 고개를 조금 숙이게 된다. 바닥의 나무 결이 길게 이어져 있고 막 구운 빵 냄새가 아직 가게 안에 조금 남아 있다.
밝은 가게 안에서 숨는다는 게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한 일이다.
봉투 하나가 꽤 오래 같은 자리에 놓여 있다. 아직 아무도 그 빵을 고르지 않았을 것이다. 비닐 안에서는 여전히 부드러울 텐데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점점 껍질 같은 쪽으로 가까워질 것이다.
나는 진열대 끝에 잠깐 서 있다가 문득 내가 그 빵과 조금 비슷한 자세로 가게 안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고르기 전까지는 그냥 거기 놓여 있는 채로.
이 글은 얼마 전까지의 나를 떠올리며 썼다. 그때의 나는 진열대 앞에서 생각보다 오래 서 있곤 했다. 지금은 그 시간을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