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정도 높이에서 멈춘다

by 서율빈

돌을 쌓는 일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는다. 오래 걸리는 건, 어디에서 멈출지 정하는 일이다.

나는 쌓아 올린 것들의 아래에 있다. 여기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자리라서 돌들은 가볍고, 가벼운 것들이 더 오래 남는다.

너는 손을 얹었다가 끝내 완성하지 못한 높이였다. 작은 돌 하나만 더 올리면 무너질 것 같아서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조금 더 머물렀다. 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우리는 그 침묵이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 시간은 특별하지 않았고 조금씩 기울어졌다. 누군가는 이미 지나갔고 누군가는 여기서 멈췄고, 남은 것은 균형을 가장하고 있는 몇 개의 돌들뿐이다.

나는 이름 대신 이런 것들을 쌓는다. 흙 위에 흙과 구별되지 않는 것들을, 손에 쥐고 있으면 체온이 옮겨 붙다가 금방 식어버리는 것들을. 부르면 흩어질 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나는 네가 있었을 법한 위치를 조금씩 수정한다.

손바닥만 한 돌 위에 더 작은 돌을 올려두고 그 위에 다시 하나를 얹는다. 그냥 여기까지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에서 손을 뗀다.

나는 끝내 닿지 못하는 것들 대신 이렇게 쌓아 올리는 쪽을 택한다. 너는 이미 떠난 자리에서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고, 나는 그 위에 하나를 더 얹는다.

돌 하나가 손에서 미끄러질 때 잠깐 네 손을 떠올렸다.

곧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