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되지 않은 저녁

by 서율빈

같은 장면을 보고도 다른 하루를 끝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대체로 그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확인되지 않은 합의로 넘겨버린다.

달인지, 아니면 아직 남아 있는 빛인지 잘 모르겠어서 잠깐 서 있었다. 하늘이 분홍이었다가, 어느 순간 파란 쪽으로 밀린다. 전선 하나가 그 사이를 가로지른다. 저게 없었으면 이 장면은 너무 멀어졌을 것 같았다.

산 쪽은 이미 어두워졌고, 집 하나가 먼저 불을 켠다.

이건 그냥 저녁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겐.

빛이 다 사라지기 전에 어둠이 먼저 들어온다. 순서가 조금 바뀐 저녁이다. 불은 그때 켜진다. 이유는 없다. 발이 바닥에 닿는 감각이 한 번 끊긴다.

별일 없었다고 말하는 사람과, 말을 아끼는 사람이 있다.

확인하지 않는 편이 나은 것들이 있다. 확인하면 조금 불편해진다. 그래서 그대로 둔다.

저 집의 불빛은 켜진 게 아니라, 남겨진 것처럼 보였다.

나는 아직도 저 달을 낮으로 읽어야 할지, 밤으로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우리는 같은 장면 안에 있지만, 각자 다른 방식으로 지나간다.

그리고 아마, 저 집 안에서도 누군가는 몸을 조금 접었다가,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다시 펴고 있을 것이다.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한 번 나고, 그 다음에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