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담는 방식

by 서율빈

며칠 사이 숫자가 더 자주 바뀐다. 환율 숫자가 자꾸 눈에 걸리고, 유가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어제와 오늘의 차이는 몇 자리 숫자로 표시된다. 그 숫자들이 변화를 설명하는 것 같긴 한데, 그 다음에 일어나는 일은 따로 있다.

그건 대단한 일은 아니다. 사람들은 그냥, 조금 더 담기 시작한다. 카트를 끌고 가다가 평소보다 한두 개 더 담는다. 두루마리 휴지, 라면, 생수, 그리고 계산대 옆에 쌓여 있는 쓰레기봉투 같은 것들. 필요해서라기보다, 나중을 생각해서인 것 같기도 하다.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남은 개수를 잠깐 세어보는 시선, 가격표 앞에서 한 번 멈추는 손. 그 사이에 어떤 물건들은 조용히 사라진다. 늘 있던 자리에 빈 칸이 생기고, 없던 부족이 생긴다.

뉴스에서는 아직 괜찮다고 말한다. 재고는 충분하고 공급에도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조금 더 담는다. 부족해서라기보다, 그냥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서인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잠깐 멈춘다. 이게 정말 필요한 건지 생각한다. 유통기한을 한 번 더 보고, 집에 있는 것을 떠올려 본다. 그러다 결국 하나를 더 집는다. 그게 필요한 건지, 잠깐 헷갈린다.

어떤 곳에서는 아직도 건물 위로 연기가 올라가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뛰고, 누군가는 이름을 부르고 있을 것이다. 그 장면이 여기까지 오지는 않는다. 대신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조금 더 많이 산다. 그리고 그 결과로, 조금 더 적게 남는다.

나는 계산대 앞에 서 있다. 앞사람의 바구니를 잠깐 본다. 비슷한 것들이 담겨 있다.

계산이 끝나고 나면
저만큼은 더 비어 있을 것이다.

나는 결국 하나를 더 산다.
그렇게까지 해야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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