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를 싸는 동안

by 서율빈

고기가 거의 다 익었을 때였다. 누군가 한 판을 비우고 다음 걸 올렸고, 불판 위에서는 비슷한 소리가 계속 났다. 말도 이어지고 있었지만, 정확히 하나로 이어지는 느낌은 아니었다.

“아까 그거 어떻게 됐어, 계약.”
“아직이요. 보증금이 좀 애매해서요.”
“하긴 요즘 대출 어렵지?”
“그것보다… 세금이 걸려서요.”

말은 계속 이어졌다. 이해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듣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상추를 집어 들었다. 막상 싸려니까, 손이 멈췄다.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물었다.

“그거… 그렇게 먹는 거야?”
“그냥 드시면 돼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순서 같은 거 있지 않아?”
“딱히 그런 건 없어요.”

그는 잠깐 멈췄다가 말했다.

“아, 나는 뭔가… 정해져 있는 줄 알았어.”

그 말이, 이상하게 남았다. 나는 괜히 더 천천히 움직였다.

“이거 먼저 올리시고… 그냥 드시면 돼요.”

그는 몸을 조금 기울였다.

“아, 이렇게?”

거리가 조금 가까워졌다.

뒤에서는 다시 말이 이어졌다.

“그래서 결국 맞출 수는 있어요?”
“네… 맞추긴 할 것 같아요.”

나는 상추를 반쯤 접은 채로 멈춰 있었다.

그때, 뒤에서 의자가 밀리며 테이블이 흔들렸다. 접시가 부딪히고, 국물이 조금 튀었다.

“어,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그는 기울어진 자세 그대로 잠깐 멈춰 있었다. 내 손에 들린 상추를 그대로 보고 있었다. 그러다 발을 옮기다가, 의자에 걸렸다. 크게 넘어진 건 아니었고… 그냥 한 번 주저앉았다.

“아.”

그가 짧게 말했다.

잠깐 조용해졌다가, 누군가 웃었다.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 잠깐 더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서야 일어났다. 옷을 한 번 털었다.

“아니, 왜 이러지…”

그는 그렇게 말했지만, 더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는 다시 앉았고, 나는 손을 조금 늦게 움직였다. 상추는 이미 접혀 있었는데, 안에 뭐가 들어 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대화는 다시 이어졌다.

나는 상추를 입에 넣었다. 방금 뭘 먹은 건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씹고 있었는데, 언제 삼켰는지는 잘 모르겠다. 누가 먼저 말을 꺼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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