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나, 지금의 자리에서

by 최자두


나는 그렇게 많은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살아왔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애쓰며 살았다.


집안이 어질러져 있으면 화가 치밀었고,
아이들에게도 큰소리를 내곤 했다.
여행을 다녀오면 지역 특산품을 꼭 사 와 시댁과 동서네에 나눠주었다.
관계를 유지하려고 억지로 한 게 아니었다.
그냥 마음이 나서 한 행동이었고,
나누는 게 곧 행복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올 여름에는 옥수수를 사야겠다는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휴가를 다녀오는길에 지역 특산품이 눈에 보였는데도 마음자체가 나지않았다.
신랑이 “사서 드릴까?” 하고 물었을 때,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만하자.”
내가 멈추니, 늘 습관처럼 이어지던 패턴도 거기서 멈췄다.

이제는 마음이 기울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
전화도, 선물도, 억지로 하지 않는다.
분노가 치밀어도 글로 바라보고 흘려보낸다.

아이들은 내게 말한다.
“엄마는 집에서는 호랑이, 밖에서는 토끼 같아.”
그 말은 농담처럼 들리지만, 내 안의 변화를 보여주는 한 줄이었다.
나는 더 이상 분노의 철창 안에 갇힌 사자가 아니라,
감정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상처는 아직 다 아물지 않았다.
억울함도 남아 있다.
하지만 이제 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 그들의 한계였다는 걸.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아간다.
내 아이들과 내 가족에게, 내 마음이 기울어지는 곳에 힘을 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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