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키운 모든 인연에게

사소한 순간이 남긴 가르침

by 최자두

14년 결혼생활 동안 나는 수없이 흔들렸다.
새로운 가족을 만나 전혀 예상치 못한 세상을 접하면서부터였다.
때로는 억울했고, 때로는 부끄러웠으며, 때로는 내 자리가 없는 듯 느껴졌다.
차별과 비교, 무시와 외면 속에서 나는 매번 작아졌다.

돌아보면 그 대우가 모두 타인의 탓만은 아니었다.
나는 나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고, 스스로 작아지며 자신을 잃어버렸다.
그 안에서 외로웠다.
어쩌면 그것은 어떤 큰 사건 때문이 아니라, 오랜 세월 속 일상적인 대화와 행동들에 스며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배웠고, 어른에게는 순종해야 한다는 관념 속에서 살아왔다.

그 순간마다 나는 스스로를 원망했고, 상처를 곱씹으며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늘 새로운 길을 갈망했다.
힘을 키우고 싶어했다.


그런 애씀과 시간들은 결국 나를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단단하게 만들었다.
상처가 깊었던 만큼 내 마음을 지키는 법을 배웠고,
휘둘림 속에서도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을 키웠다.

나는 이제 안다. 곱씹음은 상처를 재연하는 것뿐이라는 걸.
그래서 더 이상 붙잡지 않는다.
겁이 많았던 나, 두려움에 흔들리던 나, 인내력이 부족했던 나,
나 자신을 믿지 못하던 과거의 나는 이제 보내준다.


결혼 후 사회에 다시 발을 내디뎠을 때,
작은 일에도 소중함을 느꼈던 나 자신에게 먼저 감사하고 싶다.
그 소중함을 알았기에 지금의 나는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여전히 하루하루에서 소중함을 발견한다.

매니저 일을 처음 배우던 때가 떠오른다.
정직원이 되고 싶어 아르바이트였지만 열심히 배웠다.
그 무렵 명절에 회사에서 선물 세트를 보내주었다.
미국산 불고기 한 상자였다. 너무 감사했다.
‘아, 명절을 챙겨주시는구나.’ 하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런데 명절이 끝나고 출근한 날, 동료 직원들과 선물 이야기를 나누다가 웃픈 기억이 생겼다.
“나는 미국산 불고기 받았어.” 했더니, 옆 동료가 “그래? 우리는 LA갈비 받았는데?” 라고 했다.
순간 아차 싶었다.
그때야 비로소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깨달았다.
잠시 수치스러움이 밀려왔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더 나아가야겠다고 결심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작은 경험조차 나를 키운 자양분이었다.

나는 과거의 모든 인연들에게 고맙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시간들을 견뎌낸 내가 자랑스럽다는 사실이다.
나는 상처를 안고도 여기까지 왔고,
이제는 그 상처가 내 안에서 새로운 힘이 되어 있다.



에필로그

나는 더 이상 원망하지 않는다.

14년 결혼생활 동안 수없이 흔들렸지만,
결국 그 시간은 나를 세워주었다.

그래서 이제는 그 시간을 미워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히 바라볼 뿐이다.

상처가 아니라, 그 상처를 딛고 선 내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
나는 그 모든 길에 감사한다.

모든 가르침은 결국 나를 알아차리게 하려는 길이었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나는 비로소 나를 만났다.


이제 나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다.
나를 세운 힘으로 아이들에게는 든든한 엄마로,
또 다른 인연들에게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글을 쓰며, 일을 하며, 매일의 소중함을 잃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라, 나의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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