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싶은 대답만 원하는 사람들

기세를 꺾지 않고 나를 지키는 법

by 최자두

나는 매일 영업인들의 현장 속에서 일한다.

그 곳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서열과 긴장감, 그리고 특유의 수직관계가 흐른다.

영업조직이라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하다.


그날도 어김없이 출근해 설계사님들의 지원 업무를 하고 있었다.

상품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면 바로 답해주고, 필요한 서류나 절차도 챙겨주며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던 중, 조직의 한 중간관리자가 설계사들과 얘기를 나누다 말고 내게 질문을 던졌다.


“매니저님, 00의 000상품과 타사 000상품의 차이점이 뭐예요?”


질문의 핵심은 명확했다.

나는 당사 상품의 특성을 조목조목 정리해 설명했다.

듣는 사람이 타사 상품과 대조하면 충분히 비교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데 그녀는 뒤돌아서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건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닌데…”


작게 흘린 말이었지만, 모두가 들을 만큼 선명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되물었다.


“그럼 타사 상품 내용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그러나 그는 대꾸하지 않고 흐지부지 자리를 떴다.

나는 그 자리에서 끝난 일이라고 생각했다.

팩트에 근거해 답했고,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덧붙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며칠 후, 그날의 짧은 대화는 다른 형태로 돌아왔다.


“그 매니저, 의사소통이 잘 안 된다더라.”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진 그 말은 순간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정확히 설명했을 뿐인데, 돌아온 건 ‘센스 없다’는 낙인이었다.


억울했지만 나는 관계를 풀어보려 했다.

다음 방문 때 비타민 젤리를 챙겨 모두에게 나눠주고,

그 중간관리자에게는 직접 다가가 “서운하셨죠? 제가 더 잘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며칠 뒤 또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고, 그제야 알았다.


세상에는 내 기세를 북돋아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세를 꺾으려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모든 비위를 다 맞출 수는 없다는 것을.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내 답변이나 말투, 행동이 조금 달랐다면

그 사람의 스타일에 맞춰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억지로 관계를 맞추려 한다면,

하루는 되고 한 달은 넘어갈 수 있어도

1년, 2년은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기세를 꺾이지 마라.

나의 기준을 세워라.

그럼 나와 결이 다른 사람 앞에서

스스로를 깎아내리고 위축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센스는 상대를 위한 것이고,

기준은 나를 위한 것이다.

나는 나를 지키기로 했다.


그게 내가 달라진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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