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명절연휴가 지나고..
누구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일에는 보이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그 시간들이 내일의 나를 만들어간다.
긴긴 명절 연휴가 지나고,
일터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회사 상품이 개정되고,
교육 일정은 빠듯하게 잡혀 있었으며,
새로운 지사 방문 일정에도 적응해야 했다.
책임감이 한층 높아진 이번 한 주,
나는 월요일부터 바짝 긴장 모드였다.
오늘은 금요일, 여느 때처럼 바빴다.
퇴근 무렵이 되자 사람들은 하나둘 불금의 설렘에 들떠 있었고,
나도 잠시 그런 마음이 스쳤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시간을 내기로 했다.
한 주 동안의 일정을 정리하고,
혹시 빠진 일이 없는지 차근히 점검했다.
그렇게 퇴근은 예정보다 두 시간이나 늦어졌다.
퇴근길 지하철 안,
간만에 남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누나, 왜 이렇게 늦게 퇴근해?”
“일이 좀 많아서 정리하고 왔어.”
그랬더니 동생이 말했다.
“그런 건 내일 해도 되잖아.
굳이 오늘까지 붙잡을 필요 있어?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순간, 알지. 맞지.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이 시간까지 회사에 남아 있는 매니저도 드물고,
우리 지점 사람들은 이미 퇴근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는데, 내가 하는 일은
단순히 시급이나 월급으로 계산되는 일이 아니야.
하루하루 쌓아가야 마음이 놓이는 일이거든.
그래서 오늘은 정리가 꼭 필요했어.”
그 말로 짧게 대화를 마무리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가족들과 짧은 시간을 보내고 일찍 잠을 청했다.
오늘의 불금은, 그냥 눕고만 싶었으니까.
이른 새벽, 눈을 뜨자 창문 너머로 빗소리가 들려왔다.
세상이 고요한 새벽은 언제나
무언가를 정리하기에 최적의 시간이다.
작은 노트북을 켜고
이번 주에 마무리하지 못했던 일들을 다시 살폈다.
그리고 다음 주를 위한 계획과 준비를 했다.
두 시간이 지나자 이상하게 개운했다.
무거운 짐을 덜어낸 듯했다.
숙제를 끝냈을 때의 그 기분과도 비슷했다.
가끔은 업무시간 외에도
현장 설계사들이 무례하거나 당연하게 지원을 요청할 때가 있다.
그럴수록 경계를 명확히 해야
이 일을 오래, 그리고 건강하게 할 수 있다.
동생의 말처럼,
이 시간이 돈을 더 벌게 해주는 것도 아니고
세상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왜 이런 시간들이 필요한지를.
업무 시간은 직무의 시간이고,
그 외의 시간은 바로,
보이지 않는 나를 위한 투자의 시간이다.
그 시간들이,
내일의 나를 만들어간다.
그리고 여전히 나는,
일터에서는 어떠한 계산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든 일은 결과에 비롯하고,
그 결과의 값은
결국 자신이 제일 잘 아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