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특하다,나는 내가

지나와보니, 나는 내가 보였다.

by 최자두

겉으로는 늘 일 잘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웃고, 즐기고, 하루를 무난히 살아내는 사람처럼도 보였다.
한 주가 흘러도, 한 달이 지나도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나갔다.


그런데 돌아보니, 그게 다가 아니었다.
나의 내면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매일같이 애쓰고 있었다.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느라,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순간을 버티느라,
나를 잃지 않으려고
정말 조용한 전쟁을 치르고 있었구나.


그때는 몰랐다.
그저 버티느라 정신이 없어서
내 마음이 얼마나 고단했는지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나와 보니 느껴졌다.
아, 나는 올해 정말 열심히 살았구나.
회복하려고, 무너지지 않으려고,
나를 지키려고
정말 많은 힘을 썼구나.

나는 그 노력을 이제서야 알아준다.
그리고 그게 회복의 시작이었다.


나를 잃지 않기 위해 했던 작은 선택들

올해 나는 수없이 흔들렸다.
가까운 관계에서 오는 말들, 이해받지 못하는 순간들, 반복되는 상처들...
예전 같았으면 그대로 휩쓸리고, 마음의 파도에 잠겨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의 나는 조금 달랐다.
휘둘리는 순간에도
“아, 지금 내가 흔들리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렸다.


그 작은 알아차림이
나를 다시 세우는 힘이 되었다.


회복은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불편한 말을 마음속에 내려놓는 일,
감당하기 힘든 관계에서 한 걸음 물러서는 용기,
타인의 시선보다 나의 감정을 먼저 돌보는 선택이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나는 그렇게 매일 조금씩 나를 지키고 있었다.


회복은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았다

나는 한동안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릴까,
왜 여전히 비슷한 감정에 걸릴까,
왜 나는 금방 단단해지지 못할까.


하지만 지금은 안다.


회복은 번개처럼 오지 않는다.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아주 천천히 차오르는
미세한 힘이었다는 것을.


어둠 속에서도 꾸준히 자라는 뿌리처럼
내 안의 나는 계속 나를 지탱하고 있었다.


“나는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여전히 애쓰고 있다.”
이 사실을 인정한 순간,
나는 이미 절반을 지나온 셈이었다.


거리두기 속에서 비로소 보인 것들

올해 나는 나를 지치게 하던 관계에서
조금씩 거리를 두었다.
단절이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거리였다.


그 거리 속에서
나는 상대가 아니라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상대의 말보다
내 마음의 반응이 더 중요했고,
상대의 태도보다
내가 어떤 기준을 세우느냐가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멀어진 만큼 나는 편안해졌다.
그리고 그 편안함이 나를 다시 살아나게 했다.


지나와 보니, 나는 성장해 있었다

올해의 나는 많이 울었고, 많이 참았고, 많이 배웠다.
상처도 많았지만, 그 상처는 나의 경계를 다시 그어주었다.


나는 더 단단해졌고,
더 명확해졌고,
더 나답게 서게 되었다.


누구의 기대도 아니라
오직 나를 위해 버텼고, 걸었고, 회복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충분히 잘 살아낸 사람이다.


그리고 마침내,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2025년처럼 힘든 해도 없었다.
그런데 돌아보면
2025년처럼 내가 나를 잘 살아낸 해도 없었다.


상처도 많았고 눈물도 많았지만
나는 한 번도 나를 놓지 않았다.
무너질 것 같아도
끝까지 나를 붙잡고 살아냈다.


이제는 안다.
힘들었다는 사실보다
그 힘듦을 지나온 내가 더 크고 더 빛난다는 것.


그래서 오늘,
나는 조용히 이렇게 말한다.

기특하다. 나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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